'명텐도' 발언의 후폭풍

2009. 2. 17. 16:00thinking


    약 보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 발언'을 한 뒤로 업계와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말이 오가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명텐도'라는 애칭(?)까지 붙여주면서 아직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데요, 이 발언이 국내외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주기는 했나봅니다. 업계와 정부부처, 공대 기술자들까지 콘솔 개발에 대한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데다 얼마전, 닌텐도 코리아에서도 이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습니다.



    명텐도 발언에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식경제부에서 게임산업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게임에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에서 나서는 이유는, 게임 '원천 기술'의 새로운 개발을 위해서라는군요.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 만지고 느끼는 등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게임 플랫폼 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명텐도 발언이 있던 지 단 6일만에 결정된 사항입니다. 투자금액은 총 35억원, 한국 사람 정말 급합니다.



    위의 지경부가 발표한 새로운 콘솔 플랫폼 투자에 KAIST가 나섰습니다. 이미 KAIST에서는 안경처럼 쓰면 눈앞에 3차원 가상현실이 펼쳐지는 HMD(Head Mount Display)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콘솔 게임기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휴대용기기는 아니고, Xbox360이나 PS3 같은 가정형 콘솔입니다. 이후에 기술을 완성해서 다른 사업체에 이전해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들이 탐낼 것 같죠? =)


    이미 게임산업에 진출해있는 SKT는 자사의 '와이브로'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저렴한 휴대용 게임 단말기를 접목시킨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와이브로 시장이 워낙에 작은데다 KT에게 상당수를 빼앗긴 상태인데요, 요즘 뒤늦게나마 와이브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한 휴대용 게임기는 명텐도 발언에 맞춰서 출시되는 냄새가 강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 풀 브라우징 등을 앞세우는 것 까지는 좋은데 게임기로의 기능은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할 지 의문입니다. 콘텐츠 부족이 여지없이 드러날테니까요. (자회사 엔트리브의 '팡야' 정도는 기본으로 탑제해서 나오려나)



    지난 13일에 코엑스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신춘 포럼'에 참석한 닌텐도 코리아의 코다 미네오사장은, 명텐도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닌텐도의 역사와, 배경, 성공 과정, 혁신 등 그간 잘 알려진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역시 결론은 '소프트웨어' 였습니다. 국내의 불법복제를 막지 않는 한 비디오 게임 산업의 미래는 전혀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비단 닌텐도 뿐 아니라 모든 소프트웨어 산업에 걸쳐서 불법 복제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런 조언을 해외 업체들로부터 들어야하는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래, 다 좋다. 다 좋은데...


    단순히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 수 없겠느냐.'라고 툭 던졌을 뿐인데 고작 보름만에 이정도로 업계가 들썩거리는 걸 보면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일전에도 강조했지만, 비디오 게임 산업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이를 잘 소화해낼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 게임파크홀딩스가 고군분투하며 힘든 싸움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는 지, 왜 한국에 닌텐도 같은 게임회사가 국내에 없는 지 생각해본다면 단순한 기술 문제는 아닐겁니다. 전,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없어서 닌텐도 같은 게임들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환경이죠.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되야하며, 불법복제를 근절해서 올바른 소비 환경도 만들어가는 등, 준비해야 할 단계가 너무나 많은데 일단 '게임기부터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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