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CJ인터넷의 껄끄러운 독점계약을 어떻게 봐야할까?

2009. 11. 6. 14:52thinking

    :: KBO의 방망이를 CJ인터넷에만 향하게 할 생각인가? ::

    어제 터진 쇼킹한 뉴스 덕분에 아직도 진정 되지 않습니다.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해나가며 국내 프로야구 시장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요즘이었는데, 기업간의 과열된 경쟁이 정도를 벗어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올 해 프로야구 스폰스가 최초로 온라인 야구게임(CJ인터넷의 마구마구)이었다는 점에서 야구 게임의 성장을 크게 견인했다는 데 이견을 달리하실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마구마구'와 '슬러거'의 한 해 매출을 합하면(400억원 이상) 프로야구 입장 수입(338억원)을 월등하게 뛰어넘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CJ인터넷에서 올해 5월달, KBO와 독점계약을 한 사실이 반년이 지나서야 밝혀지면서 스포츠 및 게임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사실, 의류나 기타  관련된 스포츠 라이센스는 독점 계약이 관행이었습니다만 구단이나 선수들의 초상권이나 일부 데이터를 다루는 라이센스 계약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아직 국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사례가 전무하다보니 CJ인터넷이 이를 노린 것 같습니다. 상도에 어긋난다고 하실 지는 몰라도, 생존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기업을 깔아뭉게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씁쓸한 현실입니다. 주요 언론 보도들을 통해 밝혀진 이번 사태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일간스포츠)

    1. 올해 5월달에 맺은 계약의 내용은, 2010~2011년 기간동안 CJ인터넷의 '마구마구'가 KBO 프로야구 CI를 게임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2. 또한 타 야구게임(슬러거 등)이 선수나 구단의 초상권까지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 즉, 계약대로라면 마구마구 외에는 8개 구단의 이름도, 선수의 이름도 사용할할 수 없게된다.

    3. 금액에 관한 계약 내용은 '마구마구' 게임 순매출의 5% 배분이며, 타이틀 스폰스 금액인 35억원도 별도로 지급된다.

    4. 만일 KBO측에서 이 계약을 파기하면 CJ인터넷에 위약금을 물어주어야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나 정부당국에서 CI의 독점 이용을 금할경우에는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다.

    5. 아직 9조 이하의 계약 내용이 남아있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게임 데이터 라이센스 계약에 대한 사례로 축구 게임의 양대산맥인 EA의 'FIFA' 시리즈와 KONAMI의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관계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EA는 축구게임 타이틀 'FIFA'와 독점계약을 맺어서 사용해왔습니다. 그 밖에도 MLB나 NFL등의 유명 게임 타이틀의 CI 독점 계약으로 이어왔습니다. 위닝일레븐도 J리그의 경우에는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어왔기 때문에 FIFA 시리즈에서는 J리그를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 한마디로, 게임성으로 겨루기 이전에 라이센스 경쟁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 ::

    하지만 이번 CJ인터넷이 마구마구를 통해 이번 계약으로 얻으려는 것은, 프로야구 타이틀 CI의 독점 이용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구단과 선수의 초상권과 데이터까지 독점적으로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과거 한 때, 위닝일레븐이 선수 이름과 구단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 라이센스를 구입하지 않은 바람에 비슷한 가명을 사용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즉 홍명보가 '홍명본'이 되는 우스꽝스러운 해프닝도 발생했죠 (그래서 실명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에디트해서 사용하는 게 일상적이었지만) 하지만 그 때는 비용 문제 때문에(라이센스는 개발비 만큼이나 상당히 비쌉니다.) 못했던 것이지 이 데이터들이 EA의 독점 계약 때문에 하고싶어도 못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번 CJ인터넷이 독점 계약을 통해 노리는 것이 바로 국내의 타 프로야구게임들이 이 구단과 선수들의 초상권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에디트도 못합니다. 사실상 게임 서비스를 중지하게 하는 거나 다름이 없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구단이나 선수의 초상권은 KBO가 가지고 있지 않고, 구단이나 각 개인에게 최우선적인 권한이 있을텐데 'KBO가 일방적으로 이를 이용해서 계약할 권한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IS(일간스포츠)에 의하면, 각 구단의 관계자들은 계약내용을 모르는 것은 물론 5월달에 계약을 했다는 여부조차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국내에서는 게임을 통한 라이센스 개념이 잡혀있지 않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결국 선수협에서도 초상권 문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관련 기사) 또한 앞서 밝힌 바, 계약 내용에도 공저거래위원회에서 CI 이용에 대한 독점 거래를 금지하게 되면 자동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계약 내용에 명시한 것으로 보아 CJ인터넷도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이번 CJ인터넷의 작태가 괘씸하기 짝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사활이 달린 일인만큼 어떻게서든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히 담겨져 있군요. 하지만 프로야구 타이틀에 대한 CI 뿐 아니라 구단과 선수 초상권 데이터 마저도 독점하는 데는 상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타 게임을 아예 서비스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과 선택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구마구만 독점적으로 프로야구 공식 게임이 된다 하더라도, 타 게임 유저들이 100% 마구마구로 이동할까요? 결국 프로야구 게임의 파이를 깎아먹는 행위밖에 안됩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게임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남을 테니 결코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전 마구마구보다 슬러거가 훨씬 더 재밌습니다.)

    게임으로 경쟁한다면, 게임답게 '게임성'으로 승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지 흥미를 가지고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