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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 영화 감상을 방해할만한 스포일러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1. 현 시점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 크기(가로 32m)을 가진 영등포 CGV Starium 상영관에서 하루 2회 제한 특별 상영을 가진 '에반게리온 :파(破)'를 놓칠 수가 없었다. 운좋게 좋은 자리에서 상영할 수 있었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큰 스크린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큰 스크린의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는 걸 권장하고 싶다.

  2.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 역시 올 해 최고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주저않고 이 영화 '에반게리온 : 파(破)'라고 말할 것이다.

  3. 물론 난 에바 팬이 아니다. 어설프게 성서의 내용을 가지고 기분 나쁘게 짜집기 한 설정들이 주된 이유지만, 특유의 잔인함과 '자폐'에 가까운 캐릭터들과 어울러지는 종말론적인 세계관이 취향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에서 보여준 화려한 비쥬얼, 연출과 함께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짜여진 구성 덕분에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잠시도 쉴 틈 없이 몰입해서 본 영화는 올해들어 '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4. 모든 이들이 공감하겠지만, 2년 전에 리빌드의 시작을 알린 '서(序)'는 그야말로 이번 '파(破)'을 위한 맛배기 수준에 불과했다. 전편과는 달리 스토리도 오리지널에 가깝게 재구성되었고 3D와 2D의 조화와 함께 비쥬얼적으로도 장족의 발전을 보여줬다. (스탭롤에 GONZO가 하청업체로 나오는게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2D와 3D 사이의 이질감도 그렇게 크지 않았으므로 아주 만족스럽다. 전투씬에 대해서는 다들 감탄하는 분위기인데 전편 '서'의 화려한 야시마 작전도 '파'에서 보여주는 전투들에 비하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초반에 신지, 레이, 아스카가 보여주는 육상에바(?)의 달리기 씬은 놀라울 정도의 속도감으로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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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진화를 위한 파괴'를 모토로 하는 이번 작은 3명의 주연 캐릭터들 부터 큰 변화를 보여준다. (물론 원작에 비해)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신지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전작에서 레이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으로 마무리 되던 그의 포용성이 전주가 되었던 것일까? 19화까지의 분량을 압축해서 담은 빠른 전개 탓인지는 몰라도 '파'에서 보여주는 신지의 적극성과 빠른 성장이 눈부시다. 늘 어딘가 답답하고 정체성이 결여되던 신지는 더 이상 에바를 타는 데 한 치의 망설임을 가지지 않게 된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목적을 가지고 에바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15년간 신지에 대한 답답함이 시원하게 풀린 기분이다. '파'에서 신지의 성장을 눈여겨 보길 바란다.

  6. 이번 극장판에서 등장하는 신 캐릭터 '마리'의 비중이 생각 외로 크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도 팬인 '사카모토 마아야'가 성우로 맡았다.) 영화 초반을 마리가 탑승한 에바5호기와 사도와의 화려한 전투로 열었으며, 자신의 몸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열혈' 그 자체의 성격을 보이는 기존의 칠드런들과는 상반된 캐릭터다. (왠지 마리에게서 그랜라간이 겹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게다가 마리는 신지와의 관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에반게리온의 '진화'에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신지 "전 이제 누구와도 웃을 수 없어요."
    마리 "그렇게 움츠리고 있어봤자 즐거운 일은 안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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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Rebuild 작품으로서 원작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에바를 처음 접하는 층에게 '난해함'이 높은 높은 진입 장벽이 될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에바는 의문 투성이고 난잡할 정도로 아리송한 내용들이다. End of Evangelion에서 보여준 종말론적인 결말과 끝끝내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 번 극장판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예상된다.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에 의하면 Happy Ending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8. 전작의 부재가 'You are (not) alone.'이었다면 이번 작은 'You can (not) advance.'이다. 결국 '파'를 통한 진화 여부는 관객들이 평가할 몫이다. 분명한 건 진화를 위해 원작을 파괴한 안노 감독의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윤회설'이 돌만큼 우려먹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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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관람등급이 12세 이상으로 설정된 점은 약간 의외였다. (15세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사도와의 전투에서 피가 튀고 숨막힐 정도로 특유의 폭력성을 보여줄테니 이런 데 약한 분들은 권장하고 싶지 않다. 특히 3호기와의 전투신은 전투 자체도 자체지만 다른 의미로도 굉장히 섬뜩하고 잔인할 정도다.

  10. 설정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스포일러가 포함될 것 같고, 15년전부터 떡밥만 뿌려온 덕에 명쾌한 해석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보다 향후 얼마나 이 캐릭터들을 성장시키고 관계를 형성시켜갈 지가 더욱 기대된다. 앞서 밝혔지만 이미 이 부분만 보더라도 '파'의 만족감은 굉장히 높으니까.

  11.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이제는 2년 뒤에 개봉할 Q(Quickening)로 기약해야겠다. 제목 그대로 '태동'하는 에반게리온이 될 수 있을 지, 그리고 어떻게 결말을 지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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