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내가 어젯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 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었다. 깨고 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라 내가 아니던가? 그래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꿈에서 깨고보니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장자(莊子)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들려준 호접몽 이야기를 아시는 분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INCEPTION)'을 관람하면서 구분하기 힘든 꿈과 현실 속을 정신없이 오고 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2시간30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토리를 쫓아가는데 몰입하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고 나면 그제서야 관객들은 영화속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거죠.

영화를 보고난 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반응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관객들에게 영화가 끝난 뒤에도 되세기게끔 생각의 바이러스를 주입시키는 데 (인셉션) 성공한 데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뛰어난 연출이나 한스 짐머의 숨막히는 배경 음악, 그리고 토템(Totem), 킥(Kick), 림보(Limbo) 등 영화를 몰입시켜주는 내러티브 요소들만이 인셉션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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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꿈과 무의식이라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무의식'의 세계가 발현되는 꿈 속에 상대방이 들어가서 공유할 수 있다는 재밌는 설정이죠. (솔직히 이 '꿈에 함게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고작 작은 기계에 의존한다는 설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주 내용은 의뢰인이자 관찰자인 사이토(와타나베 켄)가 표적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최고의 꿈 침입자인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접근하고 총 6명의 팀이 구성되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꿈속에서는 상대방의 무의식 안에서 숨겨진 것을 발견한 뒤에 캐내는 것만 가능하다고 하지만, 표적을 인셉션(Inception)해서 침입자가 의도하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라는 의문과 함께 영화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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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The Tourlist)으로 부터 요청 받은 대로, 표적(The Mark)에게 인셉션을 걸기 위해 침입자(The Extractor)는 포인트맨(The Point Man), 페이크맨(The Forger), 설계자(The Architect), 화학자(The Chemist) 의 6명의 팀원을 구성합니다. 각자 역할을 가지고 작전을 수행하는 오션스 일레븐 방식이죠.

인셉션에서는 6명 각자의 역할이 꿈 속에서 잘 표현됩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들의 유대관계가 부족해 보였다는 점이죠. 그나마 설계자가 침입자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서 관계가 깊어지는가 싶지만 둘 사이에도 전혀 관계에 대한 진전이 없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못내 아쉬웠습니다. (연애 문제로 발전시키기엔 영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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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부터 기대를 모았던 인셉션은 호화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물론, 와타나베 켄, 마리안 꼬띠아르 등의 주연급 배우들이 열연하죠.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포인트맨 '아서'역으로 연기한 조셉 고든 레빗을 인상 깊게 보실 것 같습니다. 유일한 '액션신'이라고 불릴 만한 2단계 무중력 전투 부분에서 아서가 보여주는 몸놀림과 시크한 연기들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이 Scene뿐 아니라, 조셉은 스턴트맨 없이 본인이 전부 액션을 소화해내는 열정을 보여줍니다.)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져 만큼의 카리스마는 없었을 지라도, 그만큼의 비중을 인셉션에서 채우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만큼, 매력적인 배우임에 틀림 없습니다. 원래 아서 역에는 스파이더맨3에서 고블린 역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가 물망에 올랐다고 하는데 스케쥴로 고사되는 바람에 조셉이 캐스팅 되었다고 합니다. 만일 제임스가 아서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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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과 효과 부분에 대해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의 사실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CG사용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꿈의 세상에서 CG는 필수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의 설정 자체가 현실과 구분이 힘든 꿈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이다보니 Limbo 단계나, 초반에 설계자가 만드는 꿈속 세상 외에는 특별한 특수효과가 없이 평이하게 진행됩니다. 덕분에 아이맥스나 3G 상영관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부담은 없었습니다. =)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고,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대부분이 스포일러성이 될 수밖에 없기에 (리뷰를 작성하시는 블로거 분들도 대부분 같은 마음이겠지만) 제한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게 참 아쉽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첫째는,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단계별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잘 포착하셔야하고,
둘째는, 꿈(또는 현실) 속에서 주변의 인물들과 환경의 변화들을 잘 찾아내야 합니다.

사실 한 번만 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캐치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처음 봤을 때는 스토리만 따라가는데도 벅차더군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은 극적으로 영화를 끝내면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 셈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국 인셉션을 당한 것은 극중의 인물들이 아니라 바로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 자신이 아닐까요? '생각'과 '상상' 이라는 즐겁고 유쾌한 인셉션을 말이죠. 영화 내에 아쉽거나 부족한 부분도 보였지만 오랜만에 수동적인 관람에서 능동적인 관람을 할 수 있어 자극적이고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무궁무진한 인셉션의 뒷 이야기와 결말을 여러분의 상상력과 생각으로 멋지게 풀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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