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정말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킬까? (이제는 망중립성을 논해야 할 때)

2011. 4. 1. 07:16thinking

     
    최근 카카오톡 이슈가 뜨겁습니다. 이번 논란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카카오톡 서비스을 제한하려는 기운이 언론 매체로부터 포착되면서 시작되었죠. 제 돈주고 데이터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제한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동통신3사(SKT, KT, LGT) 모두 '전혀 계획 없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그제서야 수그러드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통사는 카카오톡이 3G데이터 트래픽을 지나치게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망 품질이 저하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망 부하는 구실이고 카카오톡 때문에 문자메시지(SMS) 이용이 줄어들었으니 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죠. 카카오톡은 텍스트 기반의 메시지를 주로 주고 받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체감상 이통사가 주장하는 '트래픽 과다 발생에 따른 망 품질 저하'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입니다. 설마 그렇다 하더라도, 정당하게 3G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카카오톡 논란은 이동통신 영역에서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분쟁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우리는 최근에 스카이프, 바이버 등의 mVoIP(인터넷전화) 서비스의 사용 제한을 받고 있으며, 카카오톡까지도 mVoIP 서비스로 확장될테니 이통사와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기존 스마트폰용 mVoIP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작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상황이 다릅니다. 1,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하루 2억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이용량은 더욱 늘어날테고 이들의 목소리도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이통사 입장에선 카카오톡은 트래픽을 과다 발생시킬 뿐 아니라 십수년간 지켜온 수익 구조마저 뒤흔들고 있으니 곱게 볼 수 없는 현실입니다.
      

    :: 망중립성은 네트워크 사업자의 '서비스 검열 여부의 타당성' 문제로 직결된다 ::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네트워크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어찌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ISP나 이통사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에겐 입장이 다릅니다. 일반 인터넷 사이트야 그렇다 치더라도 비트토런트와 같은 P2P 서비스는 트래픽을 과다하게 발생시키기 때문에 모든 이용자들에게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힘들다보니 예전부터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균등한 QoS(Quality of Service)를 위해 모든 패킷을 검열해서 트래픽을 과다하게 발생시키는 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려고 합니다. 이는 망 중립성에 반하는 행동이지만, 일부 몇몇 사용자들과 특정 서비스 때문에 다수의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소비자와 인터넷 사업자의 경우 망 부하가 발생한다면 망 설비를 증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작고 인터넷망 보급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유선 인터넷 환경에서는 망 부하 문제가 별로 없겠지만, 미국 같이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은 지역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2008년도에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와 P2P 서비스 비트토런트 사이에 망 중립성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기도 했었는데요, 처음엔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쪽으로 편을 들어주다가 최근 미법정에서는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통사들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앞세우며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품질을 어필하고 있지만 조금 지나보니 mVoIP 이용을 제한한데 이어, 트래픽이 집중 발생하는 몇몇 도심 지역에서는 일부 사용을 제한하는 등 '반쪽짜리 무제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특정 서비스가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다면 망 중립성은 쟁점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통사들의 주장처럼 정말 카카오톡이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킬까요? 사실 이 질문은 '과연 카카오톡이 망 중립성을 논해야할만큼 트래픽을 과다 발생시키는가?'로 쟁점을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이 정말로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킬까?

    앞서 말씀드린대로 카카오톡은 현재까지 1,0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하루 메시지 사용량이 2억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죠.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점은, 카카오톡은 텍스트 기반의 데이터 전송이 주가 될텐데 어떻게 '망 부하'를 일으킬 만큼 트래픽을 발생시키냐는 점입니다. SKT의 주장에 따르면 3G데이터 전체 트래픽의 25%가 카카오톡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계산법이 아니겠지만 SKT의 주장을 사실로 가정하고 역으로 계산해봤습니다. 한 사람당 월평균 500MB를 이용한다 가정할 때(사실 이보다 훨씬 더 적겠죠) 하루에 4MB의 3G데이터를 카카오톡에서 이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은 접속할 때마다 사용자 리스트를 동기화하고 프로필 사진을 업데이트 합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친구 목록이 많아질 수록 데이터 이용량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제 아이폰에서 통계재설정을 가지고 테스트해봤더니(친구 리스트는 약 180명 입니다) 어플을 실행할 때마다 많게는 80~100KB 이상 트래픽을 발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접속한다면 내 친구 프로필 사진이 대부분 갱신될테니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킬 수도 있겠죠. 물론 이용자에 따라 이 수치는 천차만별이겠지만, SKT가 주장하는 25%가 정확한 수치라고 보긴 힘들더라도 대한민국 국민 어플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의 이용량과 빈도수를 감안한다면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킨다는 그들의 주장이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만요. 개인적으로도 25%는 설득력이 약한 수치 같습니다. =)
     
    (2011.04.04 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징 어플이 트래픽을 과다하게 유발시키는 경우는 존재합니다. 단문 메시지 패킷전송만으로 트래픽을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일테니까요. 여러 케이스가 존재하지만, 사용자가 집중해서 카카오톡 서버가 마비될 경우 클라이언트는 계속해서 서버에 접속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카카오톡에서 서버다운과 같이 트래픽이 일시에 몰리는 경우가 잦아질수록 트래픽 문제는 가시화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세한 기술적인 설명은 이하의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이동통신 환경에서도 이미 줄다리기는 시작 됐다. ::

     

    그렇다면 왜 '망 중립성'을 거론 해야할까?

    거듭 반복하지만 망 중립성은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더욱이 이제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든 국내 모바일 환경에서는 시기상조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카카오톡이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를 정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럴만한 힘이 지금 카카오톡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통사는 어떻게해서든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를 제한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미 mVoIP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는 마이피플과 같은 서비스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바이버는 역으로 최근에 메시지 서비스를 추가했죠)
      
    하나같이 이통사의 수익구조를 뒤흔드는 서비스들에(인터넷전화를 시작으로 이제는 무료문자까지) 이용 제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한 번 되짚어봐야 합니다. 정말 망부하가 문제라면 동영상이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들에는 목소리가 크지 않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저처럼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월 500MB 데이터 정액 45요금제를 쓰는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더더욱 망 중립성을 강하게 지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테니까요.
      
    물론 카카오톡이 아직까지는 망 중립성을 논할만큼 트래픽을 과다 발생시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용자가 더욱 늘어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mVoIP쪽은 망 중립성을 지키는데 실패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제 망 중립성을 놓고 네트워크 사업자, 인터넷 사업자, 그리고 소비자와의 조율은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망 중립성'의 열쇠는 3자인 소비자가 쥐고 있어야 마땅하다.


    말 재주가 부족해서 두서없이 이야기했지만, 제가 이 글을 통해서 말씀 드리고 싶은 점은, 앞으로 망중립성 여부를 놓고 이통사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의 갈등이 심화되어 갈겁니다. 따라서 우리 소비자들이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망중립성을 이해하고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트래픽 문제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쥐고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논리적인 접근이 힙듭니다.
      
    덧붙여서 대한민국 이통사들은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사용해온 문자메시지(SMS)가 40자 제한인 이유는, 기지국과 단말기가 수시로 주고받는 기본 패킷에 끼워넣을수있는 여분의 허용 용량이 40~45자에 해당되는 80~90byte이기 때문입니다. 즉, 어차피 남는 용량을 십수년간 건당 20원씩(과거에는 더 비싼 비용으로) 받아오며 수익을 창출해온 것이 오늘날의 이통사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얄미울 수도 있겠지만 이만하면 정말로 혁신적인 수익모델임을 부정할 수 없죠.
     
    수익모델을 하나하나 빼앗기고 있는 이통사의 답답한 심정도 이해는 가지만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습니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의 흐름을 포착해서 변혁시켜 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통사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가 인터넷 사업자에 비해 서비스 혁신을 일으킨 사례가 얼마나 빈번했나요. 입으로만 콸콸콸 쏟아내고 올레를 외친다 한들, 정작 소비자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체험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겁니다.
      

    :: 인터넷은 계속해서 혁신을 거듭하는데 고객의 선택을 제한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이미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들은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ISP 사업자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고 들었습니다.(정작 해외 서비스들에게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면서도) 지금으로선 이통사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건 망 중립성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더 큰 트래픽을 갉아먹고 현재의 수익구조를 위협하는 괴물같은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올텐데 언제까지 막고 차단하는 것만으로 지켜낼 수 있을까요.
      
    물론, 망 중립성이 흑백논리 식으로 옳고 그름을 쉽게 따질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통사의 주장대로 일부 특정한 사용성이 네트워크 서비스 망 품질에 저하를 준다하더라도 결국 망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는 전적으로 3자인 '소비자'에게 있음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고객이 올레를 외치고 고객 만족이 콸콸콸 쏟아지는 첫걸음이 될테니까요. 부디 네트워크 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간에 합리적인 조율과 멋진 서비스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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