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임의 역사 (8) 가죽 공구사에서 전자게임 회사로, 콜레코 텔스타 (Coleco Telstar)

2011. 12. 26. 06:48콘솔게임의 역사

     
      

    ::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에 위치한 트리니티 대학은 모교에 350만달러를 기증한 졸업생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종교-사회 분야의 연구 센터를 그의 이름으로 변경해서 기념한다. 그 주인공 레오나드 그린버그(Leonard E. Greenburg)는 가죽 공구사에서 전자 게임회사로 거듭난 콜레코(Coleco Industry Inc.)에서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연 기업인이자 박애주의자로 오늘날까지 사회 공익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

     
      
     
     
    1932년.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유태인 모리스 그린버그(Maurice Greenberg)는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에서 Connecticut Leather Company(코네티컷 가죽회사)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는 초기에 구두 수선에 필요한 용품을 제작해서 구두 공방이나 가게에 납품하는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몇년 뒤에 그린버그 사장의 아들 레오나드 그린버그(Leonard Greenberg)가 다양한 가죽 공구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그중에 모카신 키트는 아주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50년대에 이르러서 플라스틱 재질의 완구류 사업을 확장하게 됩니다. 특히 유아용 소형 풀장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1962년, 코네티컷 가죽회사는 자사의 가죽 용품 사업 지분을 매각하고 콜레코(Coleco Industries Inc.)라는 사명으로 변경합니다. 그 무렵, 그린버그의 또 다른 아들 아놀드 그린버그(Arnold Greenburg)는 재직중이던 법무사 사무소를 나와 콜레코의 경영 일선에 참여[각주:1]하게 되면서 콜레코의 완구류 사업은 크게 성장합니다. 이듬해인 1968년, 콜레코 테이블용 하키 게임을 만들던 캐나다의 완구 회사 Eagle Toys를 인수해서 '콜레코 케나다'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 그린버그 부자와 초창기 Connecticut Leather Company 건물 모습. 우측사진은 1971년 5월 25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후 첫번째 주식 거래 기념 사진 ::


    콜레코는 창업주와 그의 두 아들, 그린버그 부자들의 삼두정치로 운영 되었습니다. 아버지 모리스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리더십을, 레오나드는 제조와 엔지니어링에 재능을, 그리고 아놀드는 재무와 마케팅에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면서 회사는 성장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콜레코는 1971년에는 NYSE(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고, 포츈 500 기업에 선정되며 승승장구 했고 이후 1976년,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텔스타(Telstar)를 출시하면서 전자 게임 산업에 진출합니다.
     
      

    텔스타(Telstar)로 전자 게임 산업에 출사표를 던진 콜레코

     
    콜레코가 게임 사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단순했습니다. 자사의 제품들이 너무 봄-여름 시즌에 치중되어 있다보니 콜레코 공장의 제조 라인이 1년간 잘 가동되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늦가을-겨울 시즌에도 판매할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그당시 아놀드 그린버그는 텔스타를 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동기를 밝힙니다.
      
    "우리는 공장 운영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적합한 제품을 반드시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당시 전자 게임 사업만큼 매력적이고 콜레코와 잘 어울리는 비즈니스는 없었죠.[각주:2]"
     

    :: 텔스타는 초기버전과 가격을 낮춘 클래식 버전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첫 해에 1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은 달성한다. ::

     
    텔스타는 최초로 GI(General Instruments)AY-3-8500 싱글칩을 이용한[각주:3] 게임기로, 테니스, 하키, 핸드볼 3가지 게임이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GI의 칩을 이용하게 된 계기는 당시 콜레코의 수석 전자 디자이너인 에릭 브롬리(Eric Bromley)는 그린버그의 지시대로 제작단가를 $100 아래로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GI의 프로세서는 기판 당 $8~10에 이르는 가격면에서 큰 매리트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텔스타는 초기 모델을 $69.95에, 같은 해에 출시한 텔스타 클래식(Telstar Classic)은 $50에 판매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얻는데 성공했고, 내장된 세 게임마다 3단계의 레벨(Level)이 존재하는 차별성을 둬 소비자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콜레코는 그해 텔스타를 1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마그나복스와 아타리가 주름잡던 가정용 비디오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텔스타 개발에 대한 재미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최초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 오디세이를 만든 랄프 베어(Ralph H. Baer)의 협력을 통해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출시 초기에 콜레코는 텔스타 시제품의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의 RFI(Radio Frequency Interference: 고주파 잡음 방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마침 아놀드 그린버그는 오디세이를 만든 랄프 베어를 기억했고, 그가 소속되어있는 Sanders Association 연구실로 협력을 요청해서 텔스타 RFI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게 됩니다.
     
    더욱이 이듬해인 1977년, 콜레코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기로 알려져 있는 텔스타 아케이드(Telstar Arcade) 역시 랄프 베어가 Sanders에서 유능한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을 모아 팀을 결성해 특이한 삼각형 모양의 기판을 디자인하는데 기술적으로 큰 도움을 줍니다.[각주:4] 텔스타 아케이드는 퐁 페달, 슈팅건, 레이싱 휠의 3가지 모드의 컨트롤러를 3면에 하나씩 갖췄고 4개의 게임 카트리지를 $25에 별도로 판매[각주:5] 했습니다. 삼각형 모양의 게임 카트리지는 은색의 알루미늄 재질로 외관을 코팅했는데요, 에릭 브롬리의 설명에 의하면 발열과 RFI(고주파 잡응 방해) 때문에 카트리지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결과였다고 합니다.
     

    :: 참신한 게임기로 알려진 텔스타 아케이드(Telstar Arcade)는 게임 카트리지와 하드웨어가 모두 삼각형 모양이다. ::


    콜레코의 계속되는 도전, 휴대용 게임기 일렉트로닉 쿼터백(Electronic Quarterback)


    콜레코는 창사 이래 텔스타로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지난 30여년간 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즉각적인 회복으로 회사를 유지해왔습니다. 1977년 Mattel이 휴대용 미식축구 게임기 Mattel's Football을 출시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아놀드는 마텔의 풋볼 게임에서 휴대용 게임기 사업의 큰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듬해에 콜레코는 마텔의 제품보다 더 기능적으로 향상된 휴대용 미식축구 게임기 일렉트로닉 쿼터백(Electronic Quarterback)을 출시하게 됩니다.
      

    :: 콜레코는 비디오게임 성공적인 진출에 이어, 휴대용 미식축구 게임기 시장에도 진출하게 된다. 좌측은 마텔의 미식축구 게임 ::


    콜레코는 마텔을 쫓는 후발주자였지만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밝은 미래를 확신한 아놀드의 마케팅 감각이 빛을 발휘하게 됩니다. 일렉트로닉 쿼터백의 TV 광고를 마텔 제품과 콜레코 제품의 인형옷을 입은 두 배우가 자신의 제품이 더 뛰어남을 강조하며 경쟁하는 내용으로 구성하면서 출시 초반부터 '마텔의 풋볼 게임의 경쟁자 = 콜레코 일렌트로닉 쿼터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 CF는 향후 인텔리비전 vs. 아타리 2600 경쟁구도의 CF보다 몇년 더 앞선 게임업계 최초의 경쟁형태의 광고로 의미가 깊습니다. CF 광고에 힘입어 인기몰이에 성공한 콜레코는 일렉트로닉 쿼터백을 3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휴대용 게임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또한 Sears사에 라이센스 계약를 체결해서 로열티를 받는 등 다방면에서 판매 전략을 확대합니다.
     


    이제 게임 시장은 아케이드 및 가정형 비디오게임을 시작으로 휴대용 게임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다양해지고 많은 업체들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사업에 뒤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게임 산업도 더욱 풍성해지게 됩니다.




    참고 문헌
     
    High score!: the illustrated history of electronic games
    http://www.trincoll.edu/Academics/centers/GreenbergCenter/Pages/LGreenberg.aspx
    http://www.pong-story.com/coleco_telstar.htm
    http://www.colecovisionzone.com/page/coleco%20industries/coleco%20history.html
    http://en.wikipedia.org/wiki/Coleco_Telstar
    http://www.gooddealgames.com/articles/Home%20Video%20Game%20History.html
    http://www.handheldmuseum.com/Coleco/EQB.htm
     

    1. 훗날 아놀드는 콜레코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본문으로]
    2. High score!: the illustrated history of electronic games (p.32) [본문으로]
    3. http://en.wikipedia.org/wiki/AY-3-8500 [본문으로]
    4. 랄프 베어와 콜레코의 관계에 대해서는 데이비트 윈터가 제공한 랄프 베어의 편지에 수록되어 있다. http://www.pong-story.com/coleco_telstar.htm [본문으로]
    5. 텔스타 아케이드에는 1번부터 4번까지 4개의 카트리지가 존재했는데, 카트리지 마다 3개의 게임이 내장되어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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