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프 베어는 TV와 게임기를 연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

 
 
(지난 시간에 이어서)
 
 
 
미국의 유능한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인 랄프 베어(Ralph H. Baer)는 TV와 게임이 서로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확신했으며 근 미래에 사업 가능성을 내다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의 선견과 확신이 오늘날 '비디오 게임의 선구자'로 있게 해주었습니다. 랄프 베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TV 엔지니어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했는데요, TV 수신기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습니다. 미국의 전자 회사 'Loral'에 근무하던 1951년 당시부터, 여러 민간 군수 기업들을 전전하면서 TV 엔지니어로서 기술을 인정받아왔지만, 일찍부터 TV를 다른 형태로 활용하는데 가장 관심이 컸습니다. 이미 1950년대 초부터 게임과 TV를 연결해서 즐기는 방향에 대해서 구상해왔다고 합니다.
  
제가 그 시기에 TV를 이용한 게임기 형태를 구상하고 제안할 때마다 주위에서는 늘 비관적인 반응만 보였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꺼내면 그걸로 끝이었죠.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또 다른 민간 군수 기업으로 회사를 옮긴 랄프 베어는, 자신의 업무가 점점 TV 엔지니어 기술직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실감하며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비디오 게임기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는 결국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1966년 9월 1일, 뉴욕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평상시 처럼 노트를 끄적이던 그는 작정하고 4페이지에 이르는 TV 게임 설계도를 도안하기 시작했고, 5일 만에 평소 구상해오던 아이디어의 개략도와 함께 완성합니다.
  
  

  
이 시스템의 첫번째 과제는 영상 신호를 디스플레이에 출력 하는 것이었습니다. 랄프 베어는 3번 또는 4번 채널의 안테나 입력 단자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그의 이 결정은 이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비디오게임기에서 통용되는 표준 방식과도 같이 정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부서의 기술자로 있던 Bob Tremblay가 참여해 진공관을 이용한 디바이스를 만들었고, 스크린상에 두개의 점(spot)을 움직일 수 있게 구현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 초창기에 2개로 구현한 스팟은 3개로 늘어났고, 컨트롤러도 3개까지 쓸 수 있게끔 확장됐다. 사진은 3번째 컨트롤러 'light gun'이 포함된 그들의 비디오게임 시스템 '브라운 박스' 현재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

이 위대한 첫 걸음을 통해 쫓고 도망가는 'chase' 형태의 게임을 구현하게 됩니다. Fox and Hound 로 불리는 그의 첫 chase 게임은, 하나의 스팟을 사냥의 대상인 여우로 정하고, 다른 하나의 스팟을 사냥개나 사냥꾼으로 플레이해서 목표물을 사냥하거나 도망다니는 게임으로 구현합니다. 무척 단순했지만 그 당시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고 합니다. =)
  
랄프 베어의 이 최초 프로토타입 게임기는 사내에서 비공개로 끝났지만, 이후로도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규모를 확장하게 됩니다. 이듬해인 1967년에는 Sanders Associates사에서 만난 Bill HarrisonBill Rusch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스팟을 3개로 구현하는 Ping-Pong 게임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3년 뒤인 1969년, 이들은 비디오게임 하드웨어와 함께 2~3개의 게임 데모를 완성하게 됩니다.
  

:: 1969년, 랄프 베어와 빌 헤리슨이 핑퐁 게임을 직접 시연하는 영상. ::
 
랄프 베어는 이 프로토타입 게임 시스템에 '브라운박스(Brown Box)'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는데요, '브라운관'으로 불리는 TV에 걸맞는 친근한 이름이었습니다. 브라운 박스에 여러 TV들을 연결해서 테스트 및 시연에 성공하게 되는데, RCA, GE, Zenith, Sylvania, Magnavox, Warwick 등 미국에 출시된 대부분의 TV 회사 제품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랄프 베어는 이제 브라운 박스의 상용화를 앞두고 각 TV 회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채결하기 위해 여러 전자 회사를 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1969년 봄까지는 오직 RCA만이 이 재미난 갈색 상자에 관심을 보였고 라이선스 체결까지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최초의 TV 게임기가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아직 랄프 베어에게는 기회가 남아있었습니다.
  
우리는 운이 좋았습니다. RCA의 일원이던 Bill Enders가 퇴사하고, 같은 TV 회사인 마그나복스(Magnavox)사의 뉴욕지점 마케팅 부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죠. 그는 RCA 시절부터 우리 게임기에 감명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 지금은 필립스에 흡수됐지만, 한시대를 풍미한 TV회사였다. ::

랄프 베어는 빌 엔더스(Bill Enders)의 추천으로 인디아나주 포트웨인에 있는 마그나복스의 본사에서 브라운 박스를 시연하게 됩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그의 말에 따르면 넓은 방에 마그나복스의 경영진들이 모두 모여서 브라운 박스 시연을 보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큰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던 마케팅 총괄 부사장 제리 마틴(Jerry Martin)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브라운 박스에 큰 감명을 받게 되었고 사업 가능성을 확신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브라운 박스와 함께 가겠습니다.
 
때는 1970년 7월 17일, 포트웨인의 한 사무실에서 비디오게임(콘솔) 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 Brown Box's Light Gun ::

 
[참고 문헌]

High score!: the illustrated history of electronic games

http://www.ralphbaer.com/video_game_history.htm
http://www.giantbomb.com/ralph-baer/72-89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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