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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이 게임 업계와 세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내용인 즉,

과천 지식경제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라고 말문을 열면서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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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지경부 한 직원은 "우리가 따라가는 것은 일본 이상이고 게임 소프트웨어도 잘하는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창조적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일본이 앞서가는 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내수 시장은) 한번 뚫어 놓으면 오래가지 않느냐"면서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사 : 이데일리]

저 발언 덕에 게임 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두 말 할 것도 없고, 이 발언을 이용한 네티즌들의 조롱들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게임 업계의 사정까지 잘 파악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 하지 안지만, 그의 말 한마디가 세간에 이슈가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할텐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말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나라가 닌텐도 같은 기술력이 없어서 비디오게임기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게임 시장 구조와 국민들의 게임 소비 형태가 닌텐도 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거죠. 이는 비단 게임 산업 뿐 아니라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등의 산업군도 다 포함됩니다.

IMF 이후, 게임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이 수익구조 문제도 인터넷 보급 덕분이 아니요, 불법 복제가 만연한 소비 형태가 자연히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부분 유료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만들어낸 나라입니다. (그렇다고 부분 유료화 모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온라인게임이라도 성장할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달 조선일보에 게재된  "죽은 소프트웨어의 나라" 에서는 현재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관공서부터 불법복제 된 소프트웨어 사용이 만연하고 있는데다 '국민들의 소프트웨어 채감 가격은 언제나 0원'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하는 건 당연히 무리겠죠.

닌텐도DS가 200만대나 팔린 전례없는 상황이 나타났어도, 정작 [하드:소프트] 장착률이 [1:2]도 안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R4칩 하나로 불법복제해서 모든 게임을 즐기 수 있으니, 제 돈 주고 게임 소프트를 구매할리가 없겠죠. 하드웨어의 성공적인 판매량에 가려진 불법소프트웨어의 그늘을 하루 빨리 제거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미국 토종기업 MS가 게임시장에 진출한 지 수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리를 잡은 것도 그간 왕성한 게임소프트 소비가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소비 문화'라는 인프라가 얼마나 잘 뒷받침 되어야하는 지 알 수 있을겁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시장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게임 뿐 아니라 영화 한 편이든 음악 한 곡이든 제 값주고 구입하는 것을 아까워 할 정도로 소비 문화에 인색한 나라입니다. 여기에 국민들의 게임에 대한 문화적 견해와 부정적 인식까지 세세하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에 만전을 기해달라." 라는 말보다는, 지경부 직원의 답변에 맞춰서 "우리나라 게임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결합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는 말을 하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게임기' 자체로만 놓고 보면, 닌텐도DS에 견줄만한 제품이 이미 한국에도 있을테니까요.

:: 아무리 좋은 게임기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건, GP32의 실패를 통해 답이 나와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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