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한국 애니메이션

2011. 7. 14. 07:07cinema

    ⓒ MYUNG FILMS & 오돌또기 & LOTT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2005년 당시, 명필름이 국내 동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애니메이션 영화화 하겠다고 발표했을 땐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습니다. 워낙에 업계 형편이 열악한 이유도 있지만, 당시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원더풀데이즈, 오세암 등이 빈약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부흥에 대한 의지가 꺾여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돌또기와 공동제작으로 의기투합하면서 약 6여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올 2011년에 와서야 드디어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제작비 부분에서 눈물겨운 탄생을. 경기도콘텐츠디지털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모전을 통한 초기 제작비를 겨우 마련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배급사를 찾는 과정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더 오랜 기간이 걸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다음 주 개봉(2011년 7월 28일)에 앞서 지난 월요일 저녁에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선정되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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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국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실겁니다.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나리오'와 '연출'이죠.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문제는 어느정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애니메이션화 하는 단계에서 관객 연령층 타깃을 잡기가 난해하다는 점입니다.
      
    문자로 된 원작이 워낙에 사색적인데다 꿈을 향한 도전, 삶과 죽음의 문제, 자연의 섭리 등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보니 전체관람가를 목표로 하기엔 아동들에게 어렵고 지루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위험도가 높습니다. 결국 원작에는 없지만 애니메이션만을 위한 내러티브 요소들을 갖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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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에 진지한데다 느끼한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하는 천둥오리 '나그네(최민식분)'가 성인들에게 웃음코드를 유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놈의 앞머리는 어찌나 시도 때도 없이 느끼하게 휘날리는건지...ㅋ) 연기한 본인의 말처럼 애착이 갈만합니다. 또한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조연격의 수달 캐릭터 달수(박철민분)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쾌하고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박철민의 전매특허인 구수한 입담이 캐릭터에 그대로 담겨서 러닝타임 내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분명히 원작에 없는 개그 캐릭터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다소 섞여 있는 비속어가 개인적으로 거슬리기도 했습니다.
      
    겨울이 되자 천둥오리들이 늪으로 돌아올 때 펼쳐지는 군무와 영상미는 압도적이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은 역시나 뛰어나더군요. =) 그 기술력은 천둥오리 무리의 파수꾼을 뽑는 10여분 가량의 레이싱 경주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박진감이 넘치고 몰입도가 굉장합니다. 제작진이 이 부분에 얼마나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짐작할 법하죠. 특히 레이싱 후반부에 빨간머리와의 마지막 스퍼트 부분의 연출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게다가 유쾌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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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요소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원작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해주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90분 러닝타임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빠른 진행 만큼 감정 노선이 급전개 되는데다, 파수꾼 레이싱이 끝나고 나서 마무리는 허무하게까지 느껴졌습니다. 말미의 약육강식, 자연의 섭리를 표현하고자 했던 원작의 메시지가 잘 와닿지 않더군요.

    시사회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들 가운데 '달수' 캐릭터의 이야기였던 것을 보면, 원작을 그대로 살리는게 좋았을지 재미 요소를 위해 각색되는 과정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앞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논할 때 두고두고 화자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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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장 주된 관심거리였던 '성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로 했습니다. 전문 성우를 쓰는 것과 유명 배우를 기용하는 것 사이에는 흥행 보장수표와 시장의 규모와도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이런 와중에도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감정이입된 연기자의 목소리와 영상을 맞추기 위해 2중 녹음 방식을 택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선례가 잘 정착되길 바랍니다.
      
    이런저런 어줍잖은 잔소리가 많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최근에 본 국내 애니매이션중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 이었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옳았을 지, 아니면 제작진의 각색과 유머러스한 내러티브 요소의 삽입이 적절한 판단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지 모르나 하나의 작품으로 놓고 볼 땐 충분히 임팩트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기대감을 가지게 된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6년간 열정을 쏟아낸 제작진에 갈채를 보내며, 영화의 흥행을 기원합니다.
      
     
    2011.08.19 Update - 마당을 나온 암탉이 150만 관객을 돌파, 손익분기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계속해서 한국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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