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포스팅이 우울한 이야기라서 유감스럽지만, 지스타 2010이 열리기 이틀 전에 발생한 비극의 사건을 이야기 해볼까합니다. 부산에 남자 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죠. 사건의 개요는 평소 게임에 빠져있던 남학생이 게임 좀 그만 하라는 계속되는 어머니의 나무람에 화가나 나머지 충동적으로 어머니를 목졸라 죽이고, 이후에 죄책감을 느낀 나머지 자신도 도시가스 배관에 목을 메어 자살하게 됩니다.
  
 
게임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죽게 방치하는 폐륜적인 행각은 잊을만하면 들려왔지만 올 해만큼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은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비단 미성년자들의 과몰입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게임 때문에 아이를 죽이거나 죽도록 방치해둔 사건도 발생되던 해였습니다.
  
덕분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혹은 역기능이라고도 불리는) 점점 커져만가고, 산업의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가는데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대책과 과몰입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오가지 못한 채 '일단 막고보자' 식의 규제안만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shut-down) 제도로 말이죠. (문광부와 여성부 간의 대립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수출 1조5천억원을 달성한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의 또 다른 자화상입니다.
  

:: '일단 막았으니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면 한국 게임산업의 균형 발전은 더욱 요원해진다. ::

 

사회 문제로 자리잡은 게임중독,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한국 게임시장은 PC기반의 온라인게임이 주류입니다. 도마 위에 오른 셧다운 제도 역시 PC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아이들이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걸 막았으니 정말 다행이지 않는가? 생각하시면 새로이 개정된 이 법안으로 면밀히 살펴보면 굉장히 실효성이 없는 법안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하와 같습니다.
  
  •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이하 온라인게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게임 업계를 죽이는 일이 된다.
  • 온라인게임 못지 않게 미성년자들의 게임 과몰입 대상인 닌텐도DS나 기타 콘솔/모바일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으니 형평성에 어긋나는 법안이다.
  • 해외에서 접속하는 온라인게임에는 적용할 수 없으니 국내 게임 업체들만 죽이는 결과만 가져오게 될 것이다.
  • 미성년자 계정을 차단해봤자 부모 명의로 접속하게 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실 국내 게임 업체들이 미성년자들의 중독과 과몰입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무관심 했던 것도 사실이니 이들의 주장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 어떤 대안 없이 일단 가장 문제시 되는 온라인게임만 막고 보자는 규제안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16세 미만의 0 to 6 게임 셧다운(가칭) 규제안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이것만으로는 결코 '미성년의 게임 중독 및 과몰입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한국 게임 산업의 주축이 되는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은 역사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고작 10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니까요. 짧은 기간에 고속 성장해오면 그만큼 부작용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맛물려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 할 수 있을겁니다. 기성세대와의 갈등, 극심한 세대 차이, 그리고 그에 따라오는 사회적인 문제들까지. 10여년이 지나고 정신차려보니 이제 게임 중독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미성년 게임 중독, 그 원인과 해결책을 부모와 가정에서 찾아야한다.

 
일파에서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소리 모아 외치지만 기껏해봐야 나온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이것도 게임 장르에 한정되어 있어서 비효율적이긴 마찬가지)이나 셧다운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오늘날의 문제는 10여년간 산업의 고속성장으로 양적으로 덩치를 뿔려왔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퇴화한 것 같습니다. 바로 '게임 문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죠. 기성세대가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게임을 영화나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점입니다. 게임은 문화 산업이고 문화산업으로 양질의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의 아동-청소년의 미성년 게임 중독 및 과몰입의 원인과 더불어 해결책을 '가정'에서 찾고 싶습니다.
  
교육열이라면 전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자녀들의 놀이문화에 대해서는 '무관심' 그 자체입니다. 정말 내 자녀를 사랑한다면 아이가 즐기는 게임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이용등급이나 어떤 내용의 게임인지는 확인해야 할텐데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부모님의 보호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조차도 게임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혹시 내 자녀가 즐기는 게임의 제목, 이용연령등급, 어떤 성격의 게임인지 아는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정말로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집 또는 PC방에서 아이들이 총싸움을 즐기며(FPS) 현실감각을 잃어가고 있지만 정작 부모님은 무관심합니다.
  

:: 얘네들이 FPS 게임에 빠져들면서 점차 현실감각을 잃어갈 때 부모들은 뭐하고 있는걸까? ::

 

2010년을 마무리 하며

 
제 개인적으로 2010년은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충실하지 못한 해였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게임을 즐길 시간이 거의 사라졌고, 2011년도에도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게임을 즐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2010년을 결산하면서 활동이 미진했던 블로그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습니다.
  
부끄럽긴하지만, 향후 블로그 방향성과 더불어 사회 문제로 커져버린 게임 중독과 과몰입의 해결책에 대해서 생각날 때 마다 메모하고 끄적인 것을 풀어서 공유해보려 합니다.
  
  • 미성년자들에게 있어서 게임이 '절대 악'이고 마약과 동일한 취급을 당하는 사회적인 인식과 환경으로 부터 빨리 벗어나야 하며 그 해결책은 가정과 부모를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하지만 게임은 절제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에게 마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실효성이 없는 강압적인 제도가 아니라 가정으로 부터 자율적으로 보호 받고, 보다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해외에서 게임이 가정의 또 다른 놀이 문화로 정착해가는 모습과 과정을 벤치마킹해서 가정을 컨설팅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서 게임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 미국의 게임 영상물 심의 등급 기관인 ESRB가 어떻게 자율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끌어가는 지 도움이 될 것이다.
  

:: 우리나라도 게임쇼에서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사진 출처 : 디스이즈게임 - GC 2008) ::

제 이런 생각들이 터무니 없는 탁상공론 처럼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은 환경에 민감합니다. 마케팅 분야에서 너무나 유명한 '티핑 포인트'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일단 상황의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면 주변 환경에서의 특수하고도 비교적 사소한 요소들이 티핑 포인트로 기능하며 (중략) 환경적인 티핑 포인트는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깨진 창문을 수리하고 낙서를 지우고, 우선적으로 범죄를 유도하는 신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범죄는 이해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며 예방할 수 있다. (중략)

심각한 범죄 행위만이 궁극적으로 환경적인 계기에 민감한 것이 아니라 모든 행동이 다 환경에 민감하다.
 
아동-청소년의 게임 과몰입과 게임 중독. 이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서 접근해야 합니다. 다른 대안 없이 무작정 막고 보자는 식의 규제안은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부모와 가정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의 놀이문화로서의 게임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성숙한 문화로 환경을 바꿔 나가게 하는 것이 티핑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믿고 확신합니다.
  
게임이 대한민국에서 어엿한 문화 산업이 되는 것. 제가 블로그를 오픈하면서 그리던 비전(vision)이자 사명(mission)이었습니다. 2010년에는 게임 산업도 제 개인적으로도 많은 과제를 안고 마무리 하게 되었지만, 새해에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 못지 않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담론을 나누면서 함께 꿈을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편하게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
  
어느덧 2010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군요. 올 한 해도 늘 소통해주시는 이웃분들과 방문자 분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신묘년에도 개개인의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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