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 게임의 역사는 곧 컴퓨터의 역사이기도 하다. 사진은 1951년 10월 6일, 독일의 Berlin Industrial Show에 공개 되어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최초의 컴퓨터 게임, NIMROD ::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비디오게임의 용어 정리를 가볍게 해보면, TV나 모니터 같이 래스터그래픽으로 구현된 디스플레이로 즐기는 전자 게임을 이야기 하는데요, 디스플레이와 기계장치, 그리고 입력장치로 조합되는 콘솔(Console) 게임으로 불리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 있겠습니다. 사실상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이나 구조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게임 시장이 형성되면서 각각 플랫폼을 시장으로 구분하게 되다보니 상징적인 의미로 나눠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자 게임'은 결국 PC게임과 비디오게임의 기원이 한 줄기라는 점으로 인식하시길 바랍시다.
  
사실 최초의 (전자)게임은 딱 잘라서 '이거다.' 라고 하기에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다 이에 대한 담론이 오늘날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만 딱 집어서 '이 것이 최초의 게임'이라고 하기보다는 1972년에 상용화 된 첫 게임기가 출시되기까지 토대를 마련해준 선구자들을 '전자 게임의 기원'과 '최초의 게임들'로 소개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
  
 

:: 1940년대 CRT ::

전자 게임의 기원은 1947년에 TV기술의 개척자로 불리는 Thomas T. Goldsmith Jr.가 브라운관(음극선관-CRT) 디스플레이에 출력해서 만든 Cathode Ray Tube Amusement Device('브라운관 오락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에서 그 시작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기계는 8개의 진공관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요,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단순한 게임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CRT 모니터를 이용한 레이더 시스템에 영감을 받아 진공관에 디스플레이를 연결해서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게임은 미사일의 속도와 각도를 조절하는 몇개의 손잡이를 돌리면서 컨트롤 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초창기 아날로그 방식이다보니 비디오 신호를 래스터 주사(raster scan)로 출력하지 못해서 목표물이 겹쳐 보이고 잔상이 계속 남는 등 전자 게임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CRT 스크린에 출력하는 전자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선구자로 불리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 무려 480개 가량의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슈퍼컴퓨터 NIMROD ::

시간이 흘러 1951년 5월 5일, 영국에서 열린 Festival of Britain 박람회에서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 공개 되었습니다. Ferranti사(社)에서 만들어진 이 컴퓨터는, 20세기 초에 하버드 대학의 수학자 Charles L. Button이 제창한 수학 이론 게임, NIM을 전자 게임 형태로 구현한 것입니다. 480개의 진공관으로 구성된 거대한 컴퓨터가 연산 처리해서 플레이어와 1:1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최초의 디지털 게임이라는 점에서 볼 때 디지털 로직을 조명하는데 크게 공헌한 기념비적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CRT 디스플레이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전면 유리 패널들의 점멸상태로 게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 당시 독일연방국의 수상이자 경제장관인 루트비히 에르하르트도 게임을 시연해서 이슈가 되었다. ::

이 NIMROD는 같은 해 10월 6일, 독일의 Berlin Industrial Show에도 공개되어 최고의 인기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로직을 이해하지 못한 도전자들이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번번히 패하고 말았죠. 당시 독일 연방공화국의 경제학자이자 경제장관과 수상을 역임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가 NIMROD 컴퓨터와 이벤트 매치가 벌이기도 했지만 3전 3패의 수모를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
 
  

:: Nimatron ::

사실 NIMROD는 공개될 당시보다 10년 더 앞선 1939년, 미국의 물리학자 Edward Uhler Condon가 자신의 연구원들과 함께 만든  Nimatron이라는 또 다른 NIM게임 자동 계산기가 모델이었습니다. 이 기계는 당시 뉴욕에서 열린 The New York World's Fair[각주:1] 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는데요, 전시장 방문객들이 이 기계를 만지고 난 뒤에 '나는 미래를 봤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Nimatron은 당시 기준으론 크기도 소형이었기 때문에 미국 가정에서 보급해서 엔터테인먼트 기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장미빛 미래를 점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컴퓨터가 '전쟁에 쓰이는 악마의 도구'로 인식되는 등 미국과 유럽 사회 전역에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하게 되었고 Nimatron은 사람들로부터 거부감을 느끼는 기계로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잊혀지게 됩니다.
  
   

NIMROD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2년에는 최초로 축적 프로그램이 가능한 진공관 컴퓨터, EDSAC(Electronic Delay Storage Automatic Calculator)를 이용한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Alexander S.Douglas 라는 컴퓨터 공학 박사가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Tic-Tac-Toe(우리가 즐기는 오목과 비슷한 삼목 게임) 게임을 하나 개발 했습니다.
 
OXO 또는 Noughts and Crosses 로 불리는 이 게임은, 35x16px의 해상도를 지닌 CRT 모니터에 출력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캠브리지 대학에서는 이 게임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EDSAC 컴퓨터에 설치가 불가능했고 제한적으로만 이용 가능했다고 합니다.
  

:: EDSAC으로 만든 OXO ::

이 게임기에서 가장 재밌는 점은 구형 전화기 다이얼을 컨트롤러 삼아서 명령을 입력했는데요, 0 또는 1번 다이얼을 돌려서 PC와 나의 게임 시작 순서를 정하고 1번부터 9번까지 다이얼을 선택해서 돌리면 삼목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컴퓨터와의 대결만 가능한 1인용 게임인데다 칸이 적어서 비기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최초의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이 게임은 EDSAC Simulator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보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다운로드해서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 
 
 
  
지옥 같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컴퓨터 선구자들에 의해 전자 게임들이 발명되고 있었지만, 핵 무기 개발에 쓰인 컴퓨터에 대한 공포와 사회 전역에 팽배한 부정적인 인식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악마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실용성 있는 기계임을 증명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컴퓨터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도구로써 '게임'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오늘날 최초의 비디오게임으로 평가 받는 컴퓨터가 미국의 원자핵 물리학 연구소의 한 젊은 과학자의 손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됩니다.)
  
 
[참고 문헌]
http://www.webbox.org/cgi/1951%20The%20worlds%20first%20computer%20game.html
http://www.bmigaming.com/videogamehistory.htm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0031&newsid=20101221151417113&p=etimesi
http://www.pong-story.com/intro.htm
http://en.wikipedia.org/wiki/First_video_game
  1. 당시 월트 디즈니라는 사람이 이 박람회에서 영감을 받고 '디즈니랜드'라는 테마 파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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