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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영화를 통해 조난 당한 '우주 비행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시각, 청각의 효과를 극대화 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영상미를 통한 시각 경험이 일품이지만 음악과 효과음을 통한 청각 경험에도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2. 시점이 1인칭과 3인칭을 자주 오갔는데, 3인칭일 때는 관객이 한 명의 우주비행사가 되어 동료들을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주었고, ISS에서 작업할 때 나사를 조이거나 사물에 부딪히는 등의 효과음이 실제 우주복 안에서 울리는 느낌으로 간접 경험을 극대화 합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도 섬세한 디테일을 느꼈습니다.

3.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적절하게 에워싸는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을 주로 활용하여 공간감 조성을 시도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우주가 배경이기 때문에 데브리가 날라오거나 폭발하는 장면 등 많은 부분에서 사실성을 위해 과감하게 효과음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실내에서는 외부 효과음이 나는데 반해, 우주 밖에서는 외부 효과음이 차단되어 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빠진 부분을 감싸주는게 바로 이 배경 음악입니다.

4.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은 작곡가 스티븐 프라이스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아직 77년생이라니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만들거라 기대합니다.) 스티븐은 원래 이 영화 음악부문의 에디터였는데, 알폰소 감독이 그래비티에서 구현하고 싶은 효과음이나 음악 방향성이 기존의 SF 영화들이 해왔던 것과 몹시 달라 고심하고 있을 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작곡도 하게 되면서 음악 감독을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5. 스티븐은 스페이스 뮤직에 어울리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스트링 뿐 아니라, 각 상황에 맞게 전자음과 노이즈도 적절하게 가미했습니다. 각 상황에 맞게 음악이 있는 듯 없는 듯 부유하도록 하는게 이 영화의 간접 경험을 극대화 하는데 일조하게 되죠.

6. 그런데 이 음악이 모든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모든 상황에서 적절하게 녹아내는 음악을 가미하려다보니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산드라 블록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고요함과 적막감을 통해 우주의 공포감을 조성하려면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 만으로 그 상황을 극대화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계속 흐르는 음악이 거슬릴 때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대부분 음악에 대한 감상이 되어버렸지만, 이 영화는 영상미를 통한 시각 만큼, 사실과 간접경험 사이에서 청각에 대한 제작자의 고민의 흔적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자 시도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우주비행사를 꿈 꾸거나 우주 배경의 SF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값진 경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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