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동안 백만 마일] 지금 바로, 내 인생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2010. 10. 22. 15:52goods

     
    회고록적인 고백을 담은 재즈처럼 하나님은(Blue like Jazz)의 저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도널드 밀러(Donald Miller)의 신작, 천년 동안 백만 마일 (A million miles in a thousand years)을 읽었습니다.
      
    아직 국내 번역본은 미출간되었고, 내달 초에 출간 예정이지만 IVF의 김진형 간사님(@soli0211)께서 출간 전의 번역본 샘플북을 보내주셔서(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미리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월초에 받아서 단숨에 읽었지만 다 읽고 나니 여운이 깊게 남아서 천천히 한 번 더 정독을 해봤습니다. 속독 했을 때와 챕터 하나 씩 정독했을 때와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군요.
      
    이 책은 작가 본인이 실제로 경험한 삶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 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자는 회고록으로 크게 성공한 뒤로, 두어권의 책을 더 내면서 인기 작가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공허했고 의욕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자는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영화 Blue like Jazz) 실제 자신, 그리고 자신의 삶과 영화의 재미를 위해 가공되는 자신 사이에 괴리감을 겪으며 자기 성찰의 과정을 밟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무미건조하고 끌려 다니는 과거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말로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가는거죠.
      
    어찌보면 인생을 적극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라는 내용을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로 재가공한 진부한 책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널드는 인생을 이야기의 연속으로 표현하며 좋은 이야기를 살아가야 한다는 작가다운 발상을 그의 맛깔스러운 글로 풀어놨습니다.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중에 또 다른 통로를 열어준 셈이죠. 그리고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가졌듯이, 자신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혼자만 지니려 하지말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초대해서 함께 완성하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좋은 이야기꾼은 더 나은 이야기를 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꾼은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 속으로 함께 초대하여 그들에게도 더 나은 이야기를 준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좋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성찰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미식축구 영화를 다루는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트(Friday Night Light)에서 주인공 팀이 아쉽게 결승전에서 패했던 시즌을 영화 소재로 잡았다고 합니다. 그 팀이 이듬해에 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왜 그럴까요? 그 시즌에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피땀흘려 노력하던 그 열정과 과정이 너무나 값지고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이야기가 늘 좋은 결과만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처럼 패한 사람은 더 많은 것을 희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희생이 떄로는 더욱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꼭 이겨야만 이야기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또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삶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일들을 받아들일 자세를 가지고 항상 잘 되리라는 기대를 버린다면 그 기대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며, 매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아니라 삶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이다. 우리는 삶에 의미에 대한 물음을 그치고 대신 삶이 날마다, 매시간 내게 묻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잘아시겠지만, 저자는 크리스천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스며들어 색을 잃어가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언젠가부터 내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되어버렸다는 뜻이죠. 그래서인지 맹목적으로 모든 문제가 만사형통하게 해주실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희망도 없이 비관적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터무니 없는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과 그 이야기를 보다 충실하게 살아가면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더 큰 유익과 기쁨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인간은 불완전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성관계나 부부관계에서 그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물질과 재물은 어떨까요? 또 그리고 크리스천의 신앙은 어떨까요?
    사람들이 완전하기를 바라는 기대를 버리면, 그들을 있는 그대로 좋아할 수 있다. 재물이 나를 완성시켜 주기를 바라는 기대를 버리면, 재물을 통해 누리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놀랄 것이다. 하나님이 내 모든 문제를 없애 주시기를 바라는 기대를 버리면, 하나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놀랄 것이다.
     
    이 책의 어떤 서평 처럼, 저도 도널드 밀러가 참 좋습니다. 그의 글은 맛깔스럽고 시원시원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가 망상하는 것을 즐기며 생각이 깊고 지나친 점에서부터 (그것이 단점이 될 지라도) 저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점도 즐거웠죠.
     
    굳이 신앙적인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개개인은, 자신 만이 살아가게 될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즐겁고 멋진 이야기를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얼마든지 삶은 윤택해지고 의미 있는 여러 편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타인과 함꼐 공유해서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야 겠죠. =)
     
     
     
    하나님이 나와 여러분의 이야기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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