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저는 '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지지부진하고 논란이 많은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놓고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은 사실 게임법개정안과 셧다운제로 명명되는 청소년 인터넷 보호법를 놓고 '우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블로그를 통해 개정안 이후에도 사회/기업/가정이 겪게 될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정책(게임법, 청보법)의 딜레마

 
지난 달에 모바일 게임의 앱스토어 등록에 대한 자율심의와 오토법 등이 개정된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제는 공표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링크) 자율심의가 통과되었으니 이제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생기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여전히 게임 카테고리가 생성되기 힘든 환경입니다.
 
왜일까요? 바로 작년말에 여성부와 문화부의 합의 하에 통과된 '셧다운제' 때문입니다. 만16세 이하는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는 셧다운제가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법의 자율심의가 완성되더라도 오픈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기 힘듭니다.
  
애플이나 구글이 마켓 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오픈하려면 미성년자의 이용에 추가로 필터링 해야하며, 기존에 있는 게임들을 한국 카테고리에 옮기려면 셧다운 타임에 접근할 수 없도록 옵션을 추가해야 하니 개정안이 완성되어도 실효성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문화 산업 수출 효자 종목인 게임산업을 진흥하겠다고 나선지 2~3년도 채 안되서 내수시장을 뒤흔드는 정책이 완성되려하는 순간이니 이만한 딜레마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성부가 '인터넷 중독 예방 기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을 빚고 있으니 이대로면 산업 진흥과 규제가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지 못한 채 붕괴될 위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성부는 전혀 모르는 것 같군요.)
  
 
 
  

게임 업계의 딜레마

 
그간 게임 회사(업계)들로부터 '이중 규제'에 대한 비판을 많이 받아온 셧다운제가 확정되면 업계는 자정(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이 자사의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합니다. 콘솔이나 모바일 게임에 적용하기 힘들거나 실효성을 놓고 보는 개인적인 감상을 제쳐두고서라도 내수 시장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그들이 의도 했던 안했던간에, 미성년들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은 더더욱 이슈화 되어가고 있으며 게임을 사회적 병폐로 인식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임 업계도 많은 공익 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합니다. 미약하나 중독 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말이면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주고, 놀이터도 만들기도 하는 등 사회에 여러 방면으로 환원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과몰입(특히 미성년을 대상으로)에 대한 사회적 책임입니다.
  
게임과 웹서비스, 모바일의 컨버전스가 가속화되어갈수록 몰입과 중독을 통제하기가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는 재밌고 유익한 게임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재미에 따른 몰입성 때문에 쉽게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현재 MMORPG에서 보편화되어가는 피로도 시스템은 임시방편책에 지나지 않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만든 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흔히들 게임에서 금전을 빼앗아 간다고는 하지만 저연령층일 수록 '돈' 보다는 '시간'을 더욱 빼앗아갑니다. 윤웅기 판사님의 트윗을 인용하면, 앞으로 업계가 겪을 딜레마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나무를 베는 제지업계가 푸른 숲을 가꾼다면, 시간을 베는 게임업계는 무엇을 심고 가꾸어야 할까?"
 
몰입성이 높은 게임은 재미있기 마련이고, 최대한 몰입하게 해서 게이머들이 오랜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 하기 때문입니다.(물론 장르에 따라 가볍게 즐기는 컨셉도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르긴 하지만, 시간을 벤다는 표현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유명한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것도 몰입성에 따른 게이머의 시간을 베게 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규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속에서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임에 직면한 대한민국 가정의 딜레마

 
제가 늘 확신하며 주장하고 싶은 것은, 정말로 게임 중독을 철폐하려면 가장 먼저 '가정'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조절하는 것은 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정으로부터 관리되고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개정안이나 셧다운제가 확정된다면 가장 큰 수혜자인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도 가정이 될 것 같습니다. 자녀들은 이제부터 표면적으로나마 새벽까지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셧다운 제도를 모르는 가정은 대부분 아이들이 자정까지 하게 방치할 것입니다. 얼마든지 부모 계정을 이용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을테니까요. 애초부터 아이들이 게임을 적절하게 즐기도록 조절해주지 못했던 가정 환경에서는 이를 강제로 막았을 때 이전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놀이문화에 너무나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독에 대한 Fact만 놓고 그 원인을 게임 자체에서만 찾고 있습니다. 흔히 게임중독을 알콜중독과 도박중독을 놓고 생각하는 분들은 왜 저녀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고 중독에 빠지는 환경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자녀의 놀이문화에 대한 관심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확신합니다. 교육열에 반비례하는 놀이문화에 대한 무관심은 청소년-어린이들을 영혼을 더욱 피폐하게 만듭니다.
 
 

:: 만일 이 사진에서 오른쪽에 아빠만 쏙 빠지면 어떤 느낌이 들까? ::

 
 

아이들의 권리와 어른의 의무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도 4월 국회로 연기 되면서 게임법 개정안이나 청보법 그 어떤 것도 100% 확정된 항목은 없습니다. 통과와 보류와 번복되어가면서 사태가 어떻게 흐를 지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은 분명히 재미있고 즐거운 '엔터테인먼트 도구'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입니다. 아이들은 이것을 즐길 권리가 있으며 어른들은 아이들이 바르게 향유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성부가 만들려는 정책은 엄연한 문화산업을 악(惡)으로 단정하고 억압하려는 동시에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을 통제도, 조절-관리조차 못하는 무능한 존재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인가요?

정부는 업계와 적대하기 보다는 산업 진흥과 보호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동시에 가정이 올바르게 향유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게임을 만드는 업계도 가정사회, 정부와도 관계를 잘 맺어야 합니다. 방학 때 동시접속자수 40만명 돌파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어떤 즐거움과 유익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절제력이 부족한 아동-청소년들을 지나친 과몰입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업계의 올바른 개발 철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의 관심이 잘 어울러져서 성숙한 산업이 완성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추가로, 게임의 속성과 자율과 이를 통제하려는 관료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김국현님의 컬럼을 공유합니다. (링크)
 
 
 
  1. Favicon of http://osten.co.kr BlogIcon osten
    2011.04.06 14:29

    왜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법으로 만드려고 하는건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s://gamelog.kr BlogIcon 소원™
      2011.04.06 14: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충분히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다, 그러지 못한 가정을 도와주는게 정부 역할일텐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큐큐
    2011.04.06 17:05

    여성부의 청소년보호법,게임을해서 과몰입하는것이 아니고,돈없고 갈곳 없으니 과몰입을 하는것이 일반적인 상식아닐까? 이제는 돈없고 갈데없는 아이들은 게임하고 정신병치료까지 받으러 다녀야 하게되었습니다.

  3. Favicon of http://wiinemo.tistory.com BlogIcon WiiNemo
    2011.04.06 23:15

    게임관련 법률을 우리나라에서는 왜 여성부에서 관리하는 하는 걸까요...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저 잘못된 시국이 아쉬울 뿐입니다. 에효...

    • Favicon of https://gamelog.kr BlogIcon 소원™
      2011.04.07 09: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문화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산업 진흥시키려면 문화적인 성숙도 함께 이루어져야 했을텐데 말이죠.

      이를 위해 게임문화재단이 창설된 지 벌써 3년차가 되었는데, 하루속히 범사회적인 운동(Movement)을 일으켜 주길 기대해봅니다.

  4. 겨미
    2011.04.07 20:11

    부모님이 직접 말리는건 맞지만 애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그런거겠죠... 저도 게임을 해봐서 아는데 중독되면 정말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일상생활자체가 하기힘들죠.. 마약치료도 억지로 마약을 멀리시켜서 마약을 치료하잖아요 전 이의견에 찬성하네요.. 강제적으로라도 분리시켜놔야 치료가 되죠... 예전에 아기를 낳은 신혼부부가 게임때문에 아기가 이불에 숨이 막혀서 죽은줄도 모르고 계속 게임만 했다고 기사가 난 적이 있어요.. 그사람들은 다 큰 어른들인데도 불구하고 아기를 죽게 만들었다면 무슨뜻인지 아셧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s://gamelog.kr BlogIcon 소원™
      2011.04.07 23:3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겨미님의 의견 공감합니다.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저 역시 체감하고 있구요.

      하지만 셧다운(청보법) 정책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게 무작정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여기에 있구요.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가정에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범사회적인 Movement(운동)을 정부가 일으킬 수 있도록 바른 정책으로 지원하는게 최우선이고, 우리가 뉴스에서 접한 범죄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독 치료를 위한 복지 시설과 정책을 갖추는 것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자정부터 6시까지 게임을 한다는게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따지고보면 23시59분까지 게임을 하는 것 자체도 좋지 않을테니까요. 문제는 '셧다운' 그 자체입니다. (부디 아니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겨미님께서 '게임따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희를 바르게 즐길 수 있는 자유마저 빼앗긴다는게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일일까요...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5. 하이고오
    2011.04.08 00:25

    왜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이 되었을까요?
    게임을 중독성있게 만들어서? 그래서 게임업체의 책임이다?
    이건 누가뭐래도 정부의 책임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게임산업에 제동을 계속 걸려고만 하네
    이건 순 남탓하기 떠넘기기!!!!

    요즘 밖에나가서 주변한번 둘러봐요 어른들도 술먹고 노는거 말고 놀만한게 뭐가있나?
    까페가서 차마시고 산책하고 영화보고 이런거 말고 정말 신나게 놀수있는거 돈없이 놀수 있는거
    있나 함 잘 찾아봅시다!!!!

    아이들이 뛰어놀수 있는곳 아파트 단지에 놀이터 녹슨 그네 미끄럼틀 같은거 말곤 없잖아요
    마음껏 뛰어놀자니 사방은 차도 뿐이고, 안전하게 놀자니 한정된 놀이터가 고작이고
    점점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재미를 컴퓨터를 통해 찾게 되는겁니다.

    정부차원에서 농네에 아이들이 뛰놀수있는 야구장 축구장이나 각종 오락시설들 만들어봐요
    컴퓨터게임이 재미있긴 하지만 사람들이랑 뛰어노는것보다 재미있는건 없잖아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깐

    • Favicon of https://gamelog.kr BlogIcon 소원™
      2011.04.09 12:0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공감합니다. 그만큼 가정사회가 병들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컴퓨터게임을 보다 더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사회적인 운동과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6. Favicon of http://leejangsuk.tistory.com/ BlogIcon 이장석
    2011.05.04 08:46

    잘 읽었습니다. 어른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s://gamelog.kr BlogIcon 소원™
      2011.05.04 15: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사회와, 업계, 가정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함꼐 협력해서 양질의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