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여러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가정에서는 한 아들로, 동료들 사이에서는 조언자로, 한 모임에서는 리더로,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비전을 품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겐 원하는 바가 있고, 하나의 푯대만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원대한 꿈도 품고 있지만, 으레 그렇듯 세상 일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큰 벽에 좌절할 때도 있고, 부족한 역량과 한계에 철저하게 작아지는 자신에게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품는 꿈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다시금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정말로 '현실은 진실의 반대'가 아닐까 하고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 끝에는 고독과 외로움이 물밀듯 찾아옵니다. 

2012 Man of La Mancha - Charlotte Theater, Seoul.

아직 30 뿐인 짧은 생애지만 2008년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힘들던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 당시 제게 큰 위로와 용기를 심어준 뮤지컬이 있었습니다. 돈키호테 이갸기를 재각색한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 입니다. 그 때 감동을 잊지 못해 2년 뒤에 다시 찾아서 봤지요. 그리고 올 해에도 반드시 관람할 계획입니다. 알론소 키하노라는 귀족 출신의 우스꽝스러운 이 노인은 자신을 기사 돈키호테로로 착각한 반쯤 정신 나간 사람이지만 그의 가슴에는 불 타는 열정과 용기가 있습니다.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기사도의 꿈입니다. 세상이 손가락질 하고 비난한들 이 꿈과 열정은 결코 식지 않습니다.

극중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이룰 수 없는 꿈 (The Impossible Dream)'은 지금도 제가 힘들 때나 꿈에 대한 회의가 들 때면 가장 먼저 찾아 부르는 노래입니다. 알 돈자도 미치광이 돈키호테의 진심과 열정에 마음 문을 열어주는 순간이죠.

알 돈자: 왜 이런 일을 하는거지?
돈키호테: 아니, 무슨?
알 돈자: 당신이 하는 이 말도 안되는 이 모든 일들.
돈키호테: 세상에 자비를 더하고 싶을 뿐이오.
알 돈자: 세상? 이 세상은 똥구덩이고 우리는 거기서 꿈틀거리는 구더기...
돈키호테: 오, 그리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 압니다.
알 돈자: 오, 난 죽으면 지옥 가는 건 맡아놨고, 당신 시뇨르 돈키호테, 누구랑 싸우든지 깨질걸?
돈키호테: 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소.
알 돈자: 그럼 뭐가 중요해?
돈키호테: 내게 주어진 길을 따를 뿐이오.
알 돈자: 잘해봐요.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주어진 길이라니?
돈키호테: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본분, 아니, 특권이오.


이룰 수 없는 꿈 (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 조차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처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오늘 밤에도 다시 한 번 다짐 합니다. 내가 왜 이 꿈을 꾸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이 길을 이룰 수 없을 지라도 반드시 걸어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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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이자 십자가에 맞아서 기억상실에 걸린 컨트리송 대회 수상자 출신의 엠네지아 수녀, 발레리나를 꿈꾸며 레오파드를 입고싶어하지만 원장 수녀에게 허락받지 못해 불만인 레오 수녀, 원장 수녀의 대역이자 넘치는 장난끼를 주체하지 못해 늘 원장 수녀를 골탕 먹이는 로버트 수녀, 그리고 수녀원의 2인자로  늘 원장 수녀와 티격태격하지만 정이 많아 수녀들을 잘 챙겨주는 휴버트 수녀, 그리고 호보케 수녀원의 리더이자, 과거 서커스단 출신으로 TV를 너무 좋아하는 레지나 원장 수녀.
  
간단한 등장인물들의 소개만으로도 해학이 묻어나는 뮤지컬 넌센스의 한국판 두 번째 공연이 돌아왔습니다. 대학로 AN아트홀 소극장에서 개성과 끼로 무장한 5명의 배우들과 관객이 호흡하며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던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넌센스(Nunsense) 시리즈는 1987년에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 다양한 버전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입니다.
 
이번 넌센스2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 상에서부터 극중 수녀들이 기획하고 준비한 '자선 쇼'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설정을 밑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문화적 코드로 플롯을 재구성하기가 용이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공연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은 수녀원이 아니라 무속 설정의 무대 배경에 살짝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도 극중 수녀들이 준비한 '쇼'의 무대라는 점에서, 중간중간 보여주는 귀신 분장이나, 표주박 술 등의 소품들도 공연이 진행되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공연은 이야기-쇼-이야기-쇼-이야기 순으로 짜여진 플롯으로 공연이 진행되면서 뮤지컬 배우들답게 멋진 가창력과 노래를 통한 가사 전달, 연기, 그리고 유머까지...여느 공연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이 준비한 다양한 끼를 보면서 즐겁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과 함께 하는 미니게임,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게 했던 엠네지아 수녀의 복화술 연기부터, 탭댄스, 롤러 스케이트 발래 연기, 마술, 1인자와 2인자 수녀가 객석에 난입하면서까지 즐겁게 해주는 취중 연기까지...1시간 40분동안 시종일관 터지는 웃음을 그치지 않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주 내용 자체가 단순한 탓이었을까요? 쇼를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는 과정에서 너무 쇼에 비중을 크게 둔 것 같습니다. 쇼를 통해 정신없이 웃고 즐기는 사이에 이야기는 결말에 다다렀고, 다소 싱겁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더 크고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코 수녀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엠네지아 수녀가 고뇌하는 모습이라던지, 어쩔 수 없이 수녀들과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절정의 상황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주이야기를 깊게 음미할 수 없던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넌센스2는 분명히 즐겁고 유쾌하며, 한 번 더 보고 싶은 공연임에 틀림 없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공연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짧은 100분동안 즐거웠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군요. 향후에도 다양한 넌센스 시리즈를 만나 관객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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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넌센스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inunsense2)

 
  1. 익명
    2012.03.15 18:1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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