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한국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2009. 3. 3. 23:45ㆍthinking
닌텐도는 지난달 말, USTR(미국무역대표부)에 한국을 '불법복제 대상 국가'중에 하나로 포함시켜서 보고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를 맺고 있다보니 불법복제 근절을 위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죠. 최근에 조선일보에서 이에 대한 컬럼을 기고했습니다. 이른바 '닌텐도의 뒤통수'라는군요.
이 컬럼의 주요 논지는, 주로 저연령층의 초등학생들이 닌텐도 중독에 빠지는 바람에 학부모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실정인데 정작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제에(?) 불법복제 사실만 가지고 대외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먹었다는 지적입니다. 이 번 보고에서 언급된 나라는 중국, 한국, 브라질, 멕시코, 스페인, 파라과이로 총 6개 국가인데요,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한국이 복제된 Rom파일을 배포하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군요. 국가 망신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사실, 이 기사를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 지 난감하군요. (솔직히 재밌습니다.) 게임중독과 불법복제에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 의문이지만, 양쪽 모두 심각한 건 사실이니 말이죠.
한국의 불법복제는 비단 닌텐도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닌텐도 코리아는 2007년 출범 이후로 불법 복제를 근절하기 위해서 작년부터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작년에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얻어낸데 이어, 상반기에는 30,000개 이상의 불법기기를 차압했습니다. 이 번 USTR에서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차압된 불법기기의 수는 75,000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2009년부터는 한국정부의 긍정적인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는군요. (과연...)
사실, 위법판결이 난 직후에는 한동안 각종 인터넷 스폰서 광고등에서 불법기기가 사라지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시 눈에 들어오는 등 여전히 단속이 힘든 형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적인 제재를 넘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할텐데, 한국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체감 가격이 0원'이니까요.
개인적인 견해는, 현재로선 위의 컬럼에서 언급한 '중독성' 문제가 닌텐도 코리아에게는 전혀 먹혀들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한국 시장에 불법복제 문제를 계속해서 빌미 삼아 (기존 인기 게임들의 느린 한글화는 물론, 국내 써드파티 게임들이 그토록 나오지 않는 것도 포함해서) 중독성 문제는 쉬쉬하겠죠. 게임중독성을 대하는 게임회사들의 미온적인 태도는 닌텐도코리아 뿐 아니라 한국의 메이저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닌텐도가 '뒤통수를 때렸다'는 배신감 보다는, 불법복제문제가 전 세계에 알려진 사실에 더욱 부끄러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접근성 전세계 2위'라는 성적 이면에 가려진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말이죠. 불법복제와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둘 중 하나가 '선행'될 것이 아니라, '동행'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추가로, 닌텐도가 보고한 작년 4-6월의 Anti-Piracy 보고서를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