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 춘향연가] 고전과 현대적 감성의 조화

2011. 4. 25. 16:54cinema

     
    우리 고유의 문화 공연을 자주 여는 정동극장은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특별히 제가 관람하고 온 '미소(Miso) 춘향연가'는 지난 14년간 한국에서 가장 익숙한 사랑이야기 성춘향전을 '한국식 뮤지컬'을 표방하는 공연입니다. 작년부터 정동극장을 전용관으로 선택해서 매일 2회 공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색과 음을 현대적으로 풀어서 외국인에게도 거부감 없이 한국의 미를 알리는 취지가 공연 내에 한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대사가 거의 없지만 그만큼 연기자들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살아있습니다. 춘향전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사랑 이야기와 유희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미소-춘향연가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악역 캐릭터 '변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탐관오리의 대명사이자 늘 탐욕스럽고 흉악한 모습으로만 비춰지던 변학도는 미소에서 카리스마 있고 매혹적인 캐릭터로 탈바꿈합니다. 춘향은 몽룡을 떠나보내고 수청을 요구하던 변학도의 유혹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던 점이 신선했는데요, 고전에서 과감하게 거절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기생의 딸로 태어나 몽룡을 위해 수절해야만 했던 삶의 모순이 더욱 춘향을 갈등하게 했던 것일까요? 이런 뒷배경을 외국인들이 쉽게 알 수 없겠지만, 저는 물론 춘향전을 알고 있던 관객이라면 카리스마 있는 변학도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갈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역시 사람은 외모가...?)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미소-춘향연가는 미(美)-소(笑)-애(愛)의 3가지 요소가 담겨져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사랑을 담았다는 뜻이죠. 아름다움에서 우리 고유의 소리와 색을 이야기 속에 잘 담아 표현하는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춘향과 이몽룡, 변학도의 3그룹이 서로 대치하며 난타와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춘향의 무리는 오고무를, 이몽룡과 변학도 무리가 대치하며 북을 치는 모습은 굉장히 박력있고 인상적입니다.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몽룡이 국가의 부음을 받아 춘향과 이별해야 하는 모습은 애환이 넘치는 이별가를 주제곡을 시작으로 대금, 아쟁, 가야금, 해금, 피리의 관현악 4중주로 이 둘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관현악 4중주를 할 때 슬라이드 상영을 해주는데 가사와 함께 노래도 다시 한 번 더 불러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몽룡이 거지 꼴로 변장해서 암행어사 시찰을 다니다 옥중의 춘향을 만날 떄의 애절함이 가장 포인트 같은데 이별씬에 비해 이 부분이 부각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즐거움을 주는 희극 요소도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냇가에서 목욕하는 장면이나 첫날밤에 몰래 훔쳐 보는 우리 옛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냇가에서 마치 한국식 발레단을 보는 듯한 연출이 기억에 남습니다. 첫날밤에 문지방으로 몰래 지켜보는 모습도 많은 배우들이 제각각 문짝을 들고 숨어서 둘러싸는 것으로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했습니다. 이런 장면들에서 연출가의 센스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방의 재치와 함께 영화 Mission Impossible을 중간에 우리 악기로 효과음을 넣어주는 장면은 관객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어주기도 했는데요 전혀 예상치 못하던 부분이라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방자와 향단의 위트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울러진 소(笑)는 합격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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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미소 공연은 무대 장치를 잘 활용하는데요, 가장 뒷편에 2층에서 MR을 틀어주는 것 말고도 직접 가야금과 대금으로 연주하는 부분도 View Point 중에 하나 같습니다. 음악쪽으로 관심이 많다보니 그런쪽에 눈이 자동적으로 가더군요. =)
      
    이야기가 끝으로 다다를수록 기악과 색은 더욱 화려해지며 갈등이 고조됩니다. 짧은 시간에 우리의 색을 압축시켜 보여주려 하다보니 다소 현란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아쉽군요. 또한 극적인 '암행어사 출두' 사건은 너무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감도 있었는데요, 변학도가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에 비해 결말이 너무 허무해보여서 관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부분 같습니다.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 2011 MYUNGDONG · CHONGDONG THEATER All Right Reserved.

    공연의 대미는 화려한 풍물놀이로 마무리 짓습니다. 사실 마지막 춘향과 몽룡의 혼인잔치 끝에 뜬금없이 풍물이 나오다보니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관객들의 흥을 돋우고 작게나마 참여를 통해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실제로 관객 두 명을 참여시켜서 대결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고 마지막에 무대 밖으로 나가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포토타임을 갖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
      
    미소-춘향연가는 우리의 고유의 미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멋진 공연입니다. 앞으로 이런 공연들이 많이 나와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길 바라봅니다.
      
     
    (상기 사진들은 미소 홈페이지의 사진을 인용했습니다.)
     
     

    ::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까지 풍물놀이가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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