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8. 07:08ㆍ콘솔게임의 역사
:: 1970~80년대에 이르러 인형/완구류 업체들은 하나 둘 씩 전자 게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바비인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던 마텔(Mattel) 역시 전자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최초로 휴대용 게임 시장을 열었다. ::
마그나복스와 아타리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열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휴대용 게임 시장 역시 조용히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기를 보면서 집에서도 즐기고 싶던 욕구가 가정용 비디오 게임으로 이어졌다면, 다음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즐기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휴대용 전자 게임기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휴대용 게임기의 기원을 탐색하면서 의외였던 것은, 예상 외로 그 시기를 1950~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던 점입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잠망경 시뮬레이션 게임기 Electronic - Firing Range 이며, 두 번째는 삼목 게임기 Electro Tic-Tac-Toe 입니다.
Cragstan's Electronic Periscope - Firing Range (1960's)
1950-60년대 전후 미국 점령하의 일본에서는 양철 재료로 제조된 틴토이(일명 깡통로봇) 산업이 부흥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주개발 경쟁이 심화되었고, 어린이들에게는 우주를 소재로 하는 장난감이 큰 인기를 끌었죠. 지금부터 소개할 크랙스턴(Cragstan)사도 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완구류 등을 미국에 수입해서 OEM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건전지를 넣고 자동으로 움직이며 총을 쏘는 틴토이 우주비행사(ASTRONAUT)로 인기몰이 중이었습니다.
1960년대에 이르러 이 회사는 휴대용 게임기의 기원이라고 불릴만한 장난감을 출시하게 되는데요, 잠수함에서 잠망경으로 적을 탐색하고 공격하는 컨셉의 잠망경 장난감 'Firing Range' 입니다. 이 장난감은 건전지를 전원으로 사용하며, 시작 버튼과 무기 발사 버튼이 양쪽에 달려 있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필름스트립 형태로 부착 되어있는 움직이는 화상에 빛이 들어오면서 배가 출현하고, 발사 버튼을 누르면 무기 효과음이 나오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장난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기는 스코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디스플레이가 필름이다보니 어떤 시각적인 효과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전자 게임기라고 볼 수 없겠지만, 베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하고 테이블 위에 삼각대를 놓고 양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디스플레이를 잠망경으로 보듯이 즐길 수 있는 컨셉만으로도 게임의 경험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휴대용 게임기의 기원으로 불릴 만한 것 같습니다.
Waco's Electro Tic-Tac-Toe (1972)
시간이 흘러 1972년, 미국의 장난감 재조사인 WACO에서 전자 게임기를 출시하게 됩니다. Electro Tic-Tac-Toe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녹색과 빨간색 레버를 바꿔가며 게임기에 부착된 9개의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면 해당 불빛이 들어오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이 끝나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수동으로 CLEAN 레버를 내려야 불이 꺼지고 다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기는 전자식 보다는 기계식에 가까운 게임기였습니다. 1
위 두 게임기는 아직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전자 게임기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초창기의 휴대용 전자 게임기는 주로 LED나 VFD(진공 형광 디스플레이), 또는 LCD를 사용한 디스플레이어와 컨틀롤러가 같이 붙어있는 하나의 게임기에 하나의 게임만 내장된 형태였으며, 손으로 들고 다니는 게 가능할 정도로 작거나, 테이블 위에 놓고 즐길 수 있는 정도의 크기까지 포함되었습니다. WACO의 삼목 게임기가 출시되고 4년 후인 1976년에 이르러, 드디어 최초의 전자식 휴대용 게임기가 탄생하게 됩니다. 2
바비인형의 마텔(Mattel), 휴대용 전자 게임시장을 열다.
마텔(Mattel)사는 인형의 집과 바비 인형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던 완구 회사입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마그나복스와 아타리가 가정용 비디오 게임 시장을 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곧바로 가정용 비디오 게임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들은 휴대용(handheld) 게임기라는 또 다른 분야의 시장을 찾아 사업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마텔전자(Mattel Electronics)를 출범하게 됩니다.
마텔이 최초로 만든 휴대용 게임기는 Missile Attack 이었습니다. 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해서 계기판에 삽입된 다수의 LED 조명이 들어오면, 레버와 버튼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전자 게임의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기는 미사일로 공격한다는 게임 컨셉 때문에 시장에 출시하지 못한 채 곧바로 단종시켜야 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소련과의 냉전(Cold War)으로 사회적인 긴장감이 팽배하던 시기라 전쟁을 상징하는 게임 컨셉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게임기 내에 디스플레이 밑면에 그려져있는 도시 그림은 사실상 뉴욕시의 외관과 비슷했기 때문에 NBC에서는 CF 방송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마텔은 곧바로 게임의 방향성을 전환했습니다. 첫번째 실패가 좋은 경험이 되었을까요? 두 번째는 건전한 스포츠로 게임 소재를 전환했습니다. 그렇게 레이싱 게임기 Auto Race(1976)가 탄생했습니다. 이 게임기는 4개의 기어를 변속하면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일 수 있고, 게임이 시작되면 숫자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디스플레이에 있는 각종 장애물을 피하면서 최대한 부딪히지 않고 오랫동안 주행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게다가 오른쪽의 핸들로(휠이 아니라 레버 형태지만) 차선 변경이 가능했습니다.
이듬해에 출시된 Football(1977)은 미국내 NFL(미식축구)의 인기와 함께 마텔에게 큰 성공을 안겨줍니다. Football은 출시 된 첫 해에 시어스를 통해 판매되었지만, 제품의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한 첫해에는 10만개 미만으로 생산되었고 반년 넘게 생산이 중단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의 인기가 미전역을 뒤흔들면서 시어스가 자기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게되면서 1978년에 재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재생산된 1978년 2월 중순, 한 주에 50만대를 판매하는 진기록을 달성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Football의 성공에 힘 입은 마텔은 이후로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잇달아 출시하게 되었고 널리 사랑받게 됩니다.
:: 2000년 12월,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마텔은 23년 만에 Football과 Baseball을 재출시하기도 했다. ::
Football을 통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마텔은 휴대용 전자 게임 시장을 연 선구자로서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이어서 비디오 게임 시장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이당시, 마텔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있던 마이클 카츠(Michael Katz)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3
"우리의 큰 성공은 첫 휴대용 게임기 아이디어를 개념화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바로 디자인 그룹에 계산기 크기 만한 전자 게임기의 구상을 요청했죠." - 마이클 카츠 4
마텔의 혁신으로인해 수많은 완구류 업체들도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주목하게 됩니다. 이제 휴대용 게임기 산업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4억달러 규모로 전환 되었고, 마텔을 시작으로 콜레코(Coleco), 엔텍스(Entex), 반다이(Bandai), 토미(Tomy) 파커 브라더스(Parker Brothers), 넬소닉(Nelsonic) 등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합니다.
The Ultimate History of Video Games
High score!: the illustrated history of electronic games
http://www.handheldmuseum.com/
http://en.wikipedia.org/wiki/Handheld_game_console#cite_note-ultimate_history-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