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임의 역사 (10) LCD 액정을 입은 휴대용 게임기들

2012. 4. 3. 07:13콘솔게임의 역사


    :: 오늘날 '모노폴리'와 함께 보드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생게임(The Game of Life)은 1860년 밀튼 브레들리(Milton Bradley)라는 한 석판인쇄공으로 부터 만들어진다. 그후로 100여년이 지나고, 그의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는 최초로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휴대용게임기를 출시하게 된다. ::

    (지난 시간에 이어서)

    :: Milton Bradley (1836~1911) ::

    때는 19세기의 미국, 1860년에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한창 미전역에 선거 유세를 펼치던 시절입니다. 그 당시 밀튼 브레들리(Milton Bradley)라는 석판 인쇄공은 링컨 후보의 초상화를 인쇄해서 판매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인쇄를 모두 마치고 판매를 시작했을 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선거 유세중이던 링컨이 어느날 한 소녀로부터 받은 편지로 인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턱수염을 기르기 전의 맨 얼굴로 인쇄를 모두 마친 브래들리의 그림은 더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브레들리의 판화 인쇄물을 보면서 링컨이 아니라며 사기꾼으로 몰고갈 정도였으니 당시 링컨의 턱수염이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을지 짐작해볼 수 있을겁니다. 결국 브레들리는 자신이 찍어낸 링컨의 판화 그림 인쇄물들을 전부 소각해야만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불운으로 첫 사업에 실패했지만, 브레들리는 곧바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모색하게 됩니다. 때마침 친구로부터 보드게임의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자신의 뛰어난 제도 기술을 잘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보드게임을 출시하게 됩니다. 바로 오늘날 보드게임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생게임의 최초작 'The Checkered Game of Life' 입니다. 이 게임을 한 번이라도 즐겨보신 분은 잘 알겠지만 게임을 통해 '진실한 삶'과 '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게임성을 갖췄습니다. 인생게임은 결과적으로 미전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곧바로 브레들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됩니다. 그 뒤, 이 창업자의 이름으로 세워진 밀튼 브레들리 기업(Milton Bradley Company)은 1984년 하스브로(Hasbro)에 인수된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보드게임부터 전자 게임 업계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교환식 카트리지와 LCD 스크린을 채택한 마이크로비전(Microvision)

    1979년, 보드게임에만 집중해온 밀튼 브레들리도 전자게임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휴대용 게임 사업에 착수합니다. 그들의 첫 작품 마이크로비전(Microvision)은 휴대용 게임기 역사에 큰 이정표를 제시한 제품이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 최초로 LCD 액정을 사용하고, 그 당시 비디오 게임 업계에 유행하던 교환식 게임 카트리지 시스템을 채택합니다.

    마이크로비전은 엔지니어 Jay Smith[각주:1]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16x16 픽셀의 LCD 액정이 채택되었습니다. 컨트롤러는 패들과 여러개의 버튼들이며 카트리지마다 버튼이 부착되어 있어서 제각각 다른 기능을 하는 점이 특이사항입니다. 이 게임기는 초반에 Intel 8021과 TMS1100 프로세서를 동시에 채택했지만 비용과 전력소모 및 과열 문제[각주:2]로 인해 나중엔 TMS1100만 단독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비전은 처녀작 답게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스크린이 쉽게 부패되는가하면 심각한 방전 문제가 발생했으며, 컨트롤러가 포함된 게임 카트리지가 게임기와 접촉하면서 버튼부가 쉽게 망가지는 등 여러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으며, 1982년까지 꾸준하게 생산되며 사랑받아온 제품으로 오늘날 화자되고 있습니다.


    VFD 휴대용 게임기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토미 팩맨 (Tomy Pac Man)

    1970~80년대에는 VFD(진공 형광 디스플레이) 액정으로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지던 시기였던만큼, 휴대용 게임기도 하나 둘 씩 출시되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디스플레이 표현력이 더 뛰어나고 전력소모가 적은 LCD에게 자리를 빼앗기지만, 게임을 구현하기가 더 쉽고 외부 온도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각주:3] 튼튼한 장점덕에 널리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휴대용 게임기와 장난감을 만들던 완구회사 토미(TOMY)는 1980년에 아케이드용으로 출시되어 일본부터 미 전역에 인기몰이중이던 남코(Namco)팩맨(Pac Man)을 정식 라이센스를 얻어서 VFD 액정을 채택한 휴대용 게임기 팩맨(Pac Man)을 출시합니다.

    게임기 디자인 부터가 워낙에 개성적이고 노란색 팩맨의 이미지와 딱 맞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는 VFD 휴대용 게임기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는 허술한 점이 많았습니다. 액정이 심하게 깜빡거렸으며, 팩맨의 입이 왼쪽에만 달려 있어서 먹이를 먹으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시스템적인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영실업이 정식 수입되어 판매했기 때문에 80년대 초중반에 많은 이들이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반다이와 코카콜라의 만남, Catch a Coke

    1980년대에 이르러 게임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다양한 프로모션 제품이 출시됩니다, 1982년에 반다이가 코카콜라와의 제휴로 제작한 휴대용 코카콜라 게임기 Catch a Coke가 바로 그 예입니다. 완구 회사인 반다이도 당시 트랜드에 발 맞춰 휴대용 전자 게임기 사업에 뛰어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게임기는 시중에 판매되지 않았고, 코카롤라에서 프로모션용으로만 고객들에게 증정되었습니다. 게임은 좌우 버튼으로 이동하면서 코카콜라 캔을 받아서 스코어를 얻는 단순한 미니 게임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반다이가 손목 시계 게임기로로 출시한 Monkey Business와 동일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개념 휴대용 게임기, 넬소닉(Nelsonic)의 게임워치(Game Watch)

    1980년대 초에 이르러 LCD가 보급화되면서 디지털 시계도 부흥하게 됩니다. 넬소닉(Nelsonic)은 그당시 시계 제조 업체였던 M.Z. Berger를 인수하자마자 자사의 완구 사업 아이템과 결합하여 아동층부터 젊은 층을 대상으로한 완구용 손목시계 사업을 시작합니다. 인기있던 바비인형 등의 캐릭터들을 삽입해서 아동층과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습니다.
     
    넬소닉은 곧 이어 휴대용 게임 기능을 탑재한 신개념 손목시계 게임 워치(Game Watch)를 완성합니다. 넬소닉의 게임 워치 사업 모델이 탁월했던 것은 그 당시 인기있던 아케이드 게임 제작사와의 라이센스 계약을 채결해서 팩맨, Q*Bert, 등의 유명 게임을 축소판으로 손목시계에 담아낸 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아타리가 게임기와 게임 개발사와의 써드파티(Third-Party) 개념을 완성시켜 게임들을 유통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결국 게임 워치는 큰 성공을 이루이었고, 10년 넘게 장수하며 30여종 이상의 유명 게임들의 라이센스를 얻어 출시하면서 폭넓은 인기를 얻게 됩니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격변기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휴대용 게임시장은 대격변기를 거치게 됩니다. 이외에도 열거되지 않은 콜레코(Coleceo), 엔텍스(Entex), 밤비노(Bambino), 파커 브라더스(Parker Brothers), 타이거(Tiger) 등 많은 전자&완구 회사들이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참여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에는 많은 기업들이 경쟁을 벌일지라도 늘 시장을 선도하는 1위 기업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격변기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곧 일본의 한 완구 회사에 의해 평정됩니다. 3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휴대용 게임을 비롯해서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들 중 하나로 인정받는 이들이 전자 게임 산업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High score!: the illustrated history of electronic games
    http://www.handheldmuseum.com
    http://thebiggamehunter.com/company-histories/milton-bradley/
    http://en.wikipedia.org/wiki/Milton_Bradley


    1. Jay Smith는 몇년 뒤에, 비디오게임기 Vectrex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Intel 8021 프로세서는 9V 배터리 2개가 필요했지만, TMS1100은 절반인 1개만 필요했다. Intel 8021 칩은 전력소모가 많은 만큼 많은 열을 발생시켜서 과열 문제로 하드웨어 자체에도 큰 무리를 주게 되었다. [본문으로]
    3. LCD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액정이 쉽게 망가지는 단점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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