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임의 역사 (12) 닌텐도의 정체성

2012. 5. 21. 07:30콘솔게임의 역사

    :: 임천당골패(Nintendo Playing Card Company)라는 사명에서도 미루어볼 수 있듯, 그당시 닌텐도는 카드 제조사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 정체성은 어떤 계기로 인해 흔들리고 만다. ::

    (지난 시간에 이어서)

    카드 사업의 신성장 동력을 얻은 닌텐도

    닌텐도의 3대 회장 야마우치 히로시는 취임 후 인사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을 방문합니다. 당시 미국은 전후 일본에 대한 경제 회복 계획의 일환으로 일본 기업들을 미국으로 초청해서 여러가지 사업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야마우치 회장도 당시 동종 업계인 세계 최대 카드 제조사 United States Playing Card Company(이하 US플레잉)를 찾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카드 회사가 남루한 2층 건물과 창고에서 카드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일본보다 더 큰 시장을 소유한 US플레잉 조차도 작은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카드 제조사로서 닌텐도의 한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을 겁니다. 야마우치는 닌텐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카드 제조에만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미국 방문 후 닌텐도는 카드 사업을 재정비 합니다. 카드 재질을 종이에서 세려된 플라스틱으로 코팅으로 마무리해서 대량생산 체재로 들어갔으며, 특히 1959년부터 '캐릭터 라이센싱' 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냅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의 제휴로 다양한 캐릭터 카드 상품을 출시하게 되는데요, 이 사업은 대중매체 광고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둡니다.[각주:1] 특히 이 분야에서 라이센싱 방식의 컨버전스 비즈니스가 흔하지 않던 시절인만큼 야마우치의 뛰어난 사업 수완을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 닌텐도가 디즈니 캐릭터 라이센싱으로 출시한 카드게임 '101 Dalmatians Marching Game' ::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닌텐도

    1963년, 닌텐도는 오사카 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 됩니다. 그리고 사명을 '닌텐도주식회사(任天堂株式会社)'로 변경하며 새출발 합니다. 새 사명은 카드 회사라는 기존의 이름을 넘어[각주:2]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확장-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의 사업 확장은 결과적으로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시절을 맞이합니다.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마다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면서 창사 후 첫 위기를 겪게 됩니다.

    닌텐도의 주식 상장 후 첫 사업은 '즉석 쌀밥' 이었습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밥이 되는 간편한 방식으로 당시엔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이었지만 본질적인 '밥 맛'을 살리지 못해서 실패합니다. 두 번째는 당시 도쿄에서 성행하던 '러브호텔' 사업 이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가 있던 교토(京都) 지역의 전통과 보수적인 문화적 차이를 간파하지 못해 러브호텔 사업 역시 실패 합니다. 세 번째 사업 아이템은 '택시' 였습니다. 관광 산업이 발달한 교토에서 대중교통의 이용량이 많을거라 예상하고 시장성을 확신하게 되었죠. 택시 사업은 앞서 소개한 두 사업에 비해 잘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 수록 경영하는데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택시 기사들의 계속되는 임금 인상과 복지 혜택 요구, 그로 인한 노사간의 갈등, 추가적인 인력 관리 등에 부딪히면서 결과적으로 택시사업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닌텐도는 택시 사업의 실패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 최대희 효율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지향하게 됩니다.

    :: 거듭되는 실패에도 카드 사업은 닌텐도를 뒷받쳐주고 있었다. 사진은 1965년에 출시한 그림책 트럼프. ::

    본질을 되찾기 시작한 닌텐도

    상장 후 3~4년간 닌텐도는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인해 경영 위기를 맞이합니다. 상장 당시 980엔이던 주가는 100엔 미만으로 곤두박질 쳤으며 야마우치 회장의 지도력에도 위기가 닥쳐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기존의 카드 사업은 계속해서 큰 수익을 내며 닌텐도를 뒷받쳐 주고 있었습니다. 늘 닌텐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온 야마우치 회장은 화투와 카드 사업으로 제한하면 닌텐도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기에 다양한 사업에 도전한 것이지만 결국 닌텐도가 가장 잘 하는 분야는 역시 '카드' 였습니다.

    화투와 트럼프 카드의 본질. 닌텐도가 해오던 사업은 결국 '엔터테인먼트'의 한 분야을 깨닫게 되면서 닌텐도의 정체성에 대한 힌트를 얻습니다. 닌텐도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오락) 도구, 이것이 바로 닌텐도 사업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당시 설비 점검을 맡던 한 명의 엔지니어가 재미 삼아 만들어 놀던 '장난감'의 계기로 실마리를 찾게됩니다.

    완구 회사 닌텐도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 완구회사 닌텐도의 시작, 울트라 핸드(Ultra Hand) ::

    참고 자료

    닌텐도 이야기 -김영환 저- <한국경제신문>
    http://www.ebay.com/itm/280837453206
    http://blog.beforemario.com/


    1. 디즈니 캐릭터 카드가 출시된 첫해애 약 60만개의 판매량을 달성한다. [본문으로]
    2. 기존의 사명인 '닌텐도골패'에서 골패(骨牌)는 카드(カルタ)의 의미가 담겨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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