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떠난 지 두 달이 다되가는데, 여행 후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니 이 게으름이 얼마나 극에 달했나 반성해봅니다. orz 오늘은 로마에 이어, 카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 후기를 올립니다. 하루 일정이지만 너무 내용이 많아서 2개로 나눴습니다. 오늘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시작해서 피냐정원과 시스티나 예배당을, 다음에는 성 베드로 성당과 광장, 그리고 천상의 성을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7월 4일 하루동안 현지에서 즉석으로 가이드에 Join해서 풍성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20유로라는 거금을 들여야 했지만 가이드 하시는 분이 위트있고 재미있게 해주셨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
바티칸은 로마 안에 있지만 하나의 교황자치령으로, 면적이 43ha밖에 안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입니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가 묻힌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톨릭에서는 1대 교황을 베드로로 '모시고' 있습니다.) 국가 특성 때문에 출생률이 없고 사망률만 있는 나라이며, 바티칸에 시민은 모두 2개 이상의 국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
:: 높은 성벽 군데군데 조각을 해놨다 ::
:: 바티칸 박물관 입구. 왼쪽은 미켈란젤로, 오른쪽은 라파엘로. ::
사실 바티칸 박물관으로 통하는 입구는 단 하나이기 때문에 저렇게 성벽 외곽에 줄을 서서 입장합니다. 성수기때는 기본 2시간은 서있어야 할 정도로 큰 인내심을 요하지만, 전 운좋게 1시간 안으로 입장을 마쳤습니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걸까요? =) 안에 들어가면 간단하게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지고 통과되면 바로 티켓팅을 합니다. 국제학생증을 소지하면 8유로에 가능하지만, 전 없어서 13유로의 제값을 지불하고 입장했습니다.
입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정면으로 성 베드로 성당이 보입니다. 이 곳이 가장 잘 보인다고는 하는데 글쎄요... 앞에 나무가 다 가려서 그닥 지붕만 감상하고 끝났습니다. 확실히 저만큼 외관이 잘 보이는 곳은 못찾은 걸로 봐서 가이드 누님의 말이 아주 틀린 것 아닌 듯 합니다. 간단하게 휴식을 취한 후에, 피나코테카(회화관)부터 본격적으로 박물관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
:: 회화관 입구 ::
::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 ::
:: 라파엘로의 방. 여기만 이상하게 어둡다 ::
:: 사진 좀 찍어달랬더니만 이 모양...orz ::
회화관만해도 고대 이집트 부터 시작해서 르네상스, 초기 기독교, 중세, 바로크 등 너무나 많은 미술품이 전시되어있기 때문에 전부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 누님이 종교 미술과 르네상스 부터 시작해서 중세와 바로크를 중심으로 가이드를 해주셨습니다. 종교 미술 감상법을 알려줬는데, 성경에 나오는 성인들에는 후광이 표시되고 각 성인마다 심볼과 키워드가 그림에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알려 준대로 보니까 누가 누군 지 알것 같더군요. 참 재밌고 유익한 관람이었습니다. =)
:: 가이드 누님 공개. ::
회화관만 2시간 정도 관람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더군요. 식사 전에 30분에 걸쳐서 바티칸 박물관의 백미인 시스티나 예배당의 벽화와 천장화를 설명해줬습니다. 그곳에 직접 가서 설명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고 어두워서 집중을 못할테니 미리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주로 창세기의 앞부분을 시작으로 구약 성경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교회에 다니는 저로선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동료들 중 종교가 없는 이들은 좀 어렵다고 하더군요. =)
원래 타인의 사진을 올리지 않지만, 가이드 누님이 사진 좀 팍팍 올려서 회사 홍보 좀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제 블로그에 들릴 일은 없겠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한 번 올려봅니다. '투어플레이'라는 회사에서 일하시는 '이소라'님입니다.주간에 바티칸 관람을 하신 분에 한해서 야간에는 무료로 로마 야경 가이드를 해줍니다. 전 아쉽게도 야간은 못했지만 혹 나중에 로마에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을겁니다. =)
:: 벨베데레 궁전과 솔방울 ::
1층 회화 관람이 어느정도 끝나면 박물관 안뜰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 곳에는 고대 분수에 있는 거대한 청동 솔방울의 이름을 그대로 딴 '피냐 정원'을 만날 수 있는데요, 브라만테의 설계에 의해 1816년에 만들어진 4각형의 정원입니다. 안뜰 치고는 굉장히 넓은 규모의 정원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오후가 되서야 드러난 태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
:: 청동 솔방울과 공작새 ::
이 광장의 상징인 청동 솔방울은 원래 고대 로마시대 아그리파의 욕실에서 발견 된 분수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한 때는 성 베드로 성당에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로마에는 소나무가 굉장히 많은데, 우리나라의 뾰족한 모양이 아니라 우산 모양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귀중한 나무라고 합니다. 항상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때문에 병사들이 행군하다가 지치면 그늘에서 쉬며 휴식을 취하는 중요한 나무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나무에 대한 중요성때문에 저런 솔방울을 만드는 데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 양옆으로 있는 두 마리의 공작새와 멋지게 어우러지는군요. =)
:: 오전 내내 흐리다가, 오후가 되서야 서서이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
::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기념으로 만든 지구본 ::
:: 별 의미 없이 사진 한 장 ::
:: 이제 조각을 감상해보자 ::
:: 벨베데레 궁전의 안 뜰 ::
피냐 정원에서 벨베데레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8각형 모양의 안 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조각상들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조각상들로 굉장히 유명한 작품들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조각상은 모두 산성비에 약한 대리석이기 때문에 전부 안쪽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 아폴로(Apolo), 원본인 청동상을 모방했다고 한다. ::
:: 내 기억이 맞다면 포세이돈(Poseidon) 일텐데 병 안에는 사자가 들어있다나 뭐라나 ::
:: 페르세우스(Perseus) 저 머리는 메두사의 머리. ::
:: 이곳의 백미인 라오콘(Laocone) ::
:: 이 표정 속에는 희열, 쾌락,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고 한다 ::
이 곳 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바로 이 라오콘(Laocone)석상인데요,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은 그리스의 계략을 눈치채고 목마를 성 안에 들여보내지 못하게 방해하던 중심 인물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리스를 돕던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받아서 아들 둘과 바다뱀의 저주를 받게된다고 합니다. 이 군상이 이 당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게 됩니다. 표정을 시작으로, 세세한 근육 과 뱀에 휘감기며 팔에 보이는 힘줄까지... 이 위대한 사실주의 작품은 16세기에 발견되었을 떄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만큼 만들어진 시대를 알아내기 위해 예술가들 끼리 엄청나게 싸웠다고 하는군요. 라오콘상은 오늘날 예술가들도 따라오기 힘든 걸작이라고 합니다. =)
:: 토르소(Torso) ::
이 석상은 이탈리아어로 '몸통'이라는 뜻을 가진 토르소(Torso)입니다. 사지가 없이 몸통만 남은 이 석상을 미켈란젤로가 카라칼라 욕장에서 발굴했다고 하는군요. 재밌는 사실은, 당시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이 석상을 복원시켜달라고 했을 때 한참을 쳐다보던 미켈란젤로는 '이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작품인데, 내가 더 건드릴 게 뭐가 있겠나' 라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
:: 네로의 욕조 ::
:: 헤라클레스 상 ::
:: 원형 전시관의 돔 ::
:: 자연 대리석 모자이크 작품인 '성녀 헬레나' ::
:: 카톨릭의 상징인 열쇠(Key)는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받은 천국 열쇠 ::
:: 라파엘로 제자들의 작품이 전시된 아라찌 회랑 ::
:: 지도 갤러리 ::
:: 지도의 갤러리 출구 ::
:: 센스있는 미끄럼 방지 안내판 그림 ::
:: 시스티나 예배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 ::
천재 미술가 미켈란젤로가 남긴 최대의 역작은 바로 이 시스티나 예배당에 그린 천장화와 벽화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이 두 작품만 완성하는 데 11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으니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 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벽화 '최후의 심판'은 1534-1541년에 거쳐 그린 작품입니다. 이 안에는 성모 마리아를 자신의 첫사랑의 얼굴로 삼은 등 다양한 사연과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한 번 인터넷에서 찾아보세요. (사실은 설명하고 싶어도 사진 중에 첨부할 만한 녀석이 없어서...)
::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천지창조' ::
미켈란젤로는 창세기 (창조 부터 노아까지) 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천장화 '천지창조'를 1508년-1512년까지 4년간에 걸쳐 그리게 됩니다. 이 4년 동안 특별히 고안된 발판에 올라가 누워서 그림을 그린 탓에 목디스크와 시력 저하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니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안에는 우리가 한 번 쯤은 봤을 '아담의 창조'를 비롯해서 '원죄' 등 다양한 성경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저 천장화는 1980년대에 이르러 선명한 색으로 볼 수 있도록 복원 되었다고 합니다. 거장의 작품을 건드리는 만큼, 이 복원 작업에도 많은 다툼과 논란이 있었다는군요.
:: 실제로 보면 그 위대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
자신은 화가보다 조각가로 불리길 원했던 미켈란젤로였지만(그의 역작 '피에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조각 같은 그림을 그려달라는 교황의 요청에 결국에 남은 생애를 이렇게 입체감 있는 벽화를 만드는 데 쏟아냅니다. 나중에 라파엘로가 이 위대한 천장화와 벽화를 보고나서 자신도 입체감 있는 천장화를 그리는 데 이르게 됩니다. 정말 동시대에 두 명의 천재 예술가가 공존한 이탈리아로서는 최대의 복을 누렸다고 할 수 있겠죠? =)
:: 좀 어둡지만, 인산인해 속에서 기념으로 한 장 ::
:: 마름모꼴 모양 그림 中 왼쪽은 유다와 홀로페르네스, 오른쪽은 다윗과 골리앗 ::
시스티나 예배당은 길이 40.23m 폭 13.41m 높이 20.73m에 이르는 큰 규모 입니다. 이 곳을 예술 작품으로 도배 했으니 그 화려함이 얼마나 지나친 지 직접 보면 확인할 수 있을겁니다. 예배당의 창립자인 식스투스 6세 교황의 이름을 땄다고 하는군요. 교황 선출이나 중요한 의식을 거행할 땐 성 베드로 성당이 아니라 이 곳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원칙상 예배당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라고는 하나, 이렇게 많은 인원을 통제하긴 힘들테니 그냥 포기하고 허용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에 조명이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나온 게 안타깝습니다. (삼각대를 준비할 걸...)
:: 미끄러지지 말고 잘 다닙시다 ::
오늘은 이렇게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예배당을 중심으로 후기를 올렸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난 양이라, 최대한 사진을 줄이고 선정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바티칸이기에 나중 가면 다른 성당들이 시시해 지는 단점이 있긴합니다. (프랑스의 노틀담 조차도) 유럽여행을 한다면 마지막 코스로 바티칸을 들리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큰 감동을 안고 한국에 돌아오신다면 정말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바티칸 후(後)편으로 성 베드로 성당과 쿠폴라(정상), 성 베드로 광장, 그리고 천사의 성을 올리겠습니다. =)
2007.07.04 at Vatican Niko D70 //TAMRON AF 17-50mm F2.8 XR Di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