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자체로는 공익 실현이 불가능할까?
2008. 6. 29. 23:35ㆍthinking
이 세상에 '게임(Game)'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매체도 드물 겁니다. 폭력성과 선정성에 쉽게 노출되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유익하고 가족이 함꼐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Wii같이 건강에 도움을 주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게임 덕분에 이 점이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장르가 다양한데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취향에 맞춰 다양한 게임이 나오다 보니 여러가지 성격을 지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터지는 심각한 범죄 사건을 두고 게임에 대한 중독성으로 결부시켜 '마녀 사냥' 식으로 매도하는 언론 매채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 산업 규모 만큼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다보니, 게임의 폭력성에 노출되어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겁니다. (갑자기 작년 조승희 사건이 생각나는군요.)
요즘 느끼는 건, 게임 산업이 이만큼 발전하고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정작 게임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체험이 가능하게 되면서 폭력적인 게임은 점점 더 현실감이 더해지다보니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실 지는 몰라도 이런 점에서는 위기감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문득 "게임, 그 자체로 사회에 기여하고 공익 실현을 추구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게임이 주는 '유익'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즐거움'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좀 이상을 찾는 의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렇다면, 이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들은 얼마나 사회를 위해 공헌하며 노력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정말 게임 자체로 유익을 주기 힘들다면, 게임을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는 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hild's Play Charity
Child's Play,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게임, 책, 장난감으로 희망을!
단일 국가로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산업을 이루고 있는 미국에서는 그 규모에 걸맞게 공익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 나와있는 'Child's Play'라는 공익 단체인데요, 이 곳에서 하는 활동은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여러 국가에 있는 여러 어린이 병원에 게임, 서적, 완구 등을 기증합니다. 참여 방법은 게임 패드가 그려져 있는 지역의 병원을 클릭하면 아마존의 상품 페이지로 링크됩니다. 거기서 기증하고 싶은 게임 타이틀, 게임기, 책, 장난감 등을 구입하면 병원으로 바로 배송됩니다. 이런 획기적인 기증을 시작으로, 직접 기부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게임을 통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많은 게임 회사들이 이 단체를 스폰스 해주고 있는데요, 그 기부 정도와 규모에 따라 Platinum, Gold, Silver의 세 등급으로 나뉩니다. 가장 높은 Platinum Spponsor 중에 유명한 회사들을 살펴보니, 언리얼과 기어즈 오브 워로 유명한 Epic Games, 헤일로의 Bungie Studios, EVE Online의 CCP Games, 하프라이프의 Valve 등이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게임들의 대부분이 폭력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만일 여기에 GTA를 제작한 Rockstar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orz
Child's Play는 2003년 출범 이후로, 10만명의 일반 게이머들과 여러 게임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기부액이 $130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화 13억원 정도) 게임을 통한 공익실현을 추구하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S, 미국 어린이 병원에 Xbox360 시연대 설치.
지난 4월 경에, MS는 자사의 Xbox360 시연대 수백대를 미국내 어린이 병원에 무상으로 설치했습니다. 게임기를 기증하면서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익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연대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은 10세 이하의 심의 등급을 받는 아동용 게임들만 가능하며, 병원 내 어른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는군요. 빌게이츠가 평소에 선행을 많이 배푸는 만큼, 자사의 게임을 통해서도 공익실현을 위한 노력이 참 보기 좋습니다. 건전한 게임이라면, 아이들이 이를 즐기면서 잠시라도 아픔을 잊게 해주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겠. =)
이 자선활동은 Companions in Courage Foundation과의 제휴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보다 많은 어린이 병원에 설치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기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단체 외에도 기업 자체에서 공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아이들이 이정도로 폭력에 노출 되어 있다. (by Chosun.com) ::
그렇다면, 한국의 게임 회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과거에 조선일보에서 나온, 게임 중독 어린이에 대한 컬럼은 그 심각성을 날카롭게 찔러주었습니다. 물론, 이 기사는 PC방에 대한 몰지각한 비난덕에 그릇된 인식으로 오도하는 데 문제가 있지만, 아이들이 위의 사진처럼 게임의 폭력성에 노출되고 지배당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딱 보니 써든 어택이군...) 심의 등급이 어린 아이들이 즐길 수 없는데 가정에서 부모님들은 심의등급에 대한 인식이 적은 지 제대로 관리해주고 있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일부 PC방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온라인게임 중독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층)은 사회적인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온라인게임 및 인터넷 중독에 대한 여러 치료 센터나 단체가 나오는 데, 정작 원인을 제공하는 게임 회사들은 대부분이 이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게 현실입니다. 일종의 '나 몰라라'로 일관하는 중이죠.
과거에 엔씨소프트에서 관심을 가진 것 외에는 별 다른 활동이 없었지만, 그나마 지난 달에 예당 온라인에서 어린이 게임 중독 치료사업에 나섰다고 합니다. 게임 회사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텐데 소극적인 참여가 아쉽습니다. 보다 많은 회사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어찌보면, 이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 회사들이 가지는 가장 큰 걱정거리일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게임을 만들지 않는 것이겠지만, 이 것이 비현실적인 이유는 게임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심의 등급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강화하고, 기업에서도 이를 잘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 한국 게임 회사가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