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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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Gravity 2013), 청각에 집중하는 영화
1.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영화를 통해 조난 당한 '우주 비행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시각, 청각의 효과를 극대화 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영상미를 통한 시각 경험이 일품이지만 음악과 효과음을 통한 청각 경험에도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2. 시점이 1인칭과 3인칭을 자주 오갔는데, 3인칭일 때는 관객이 한 명의 우주비행사가 되어 동료들을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주었고, ISS에서 작업할 때 나사를 조이거나 사물에 부딪히는 등의 효과음이 실제 우주복 안에서 울리는 느낌으로 간접 경험을 극대화 합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도 섬세한 디테일을 느꼈습니다. 3.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적절하게 에워싸는 앰비언트 뮤직(Ambient..
2013.10.20 -
[브라보! 재즈 라이프] 살아있는 한국 재즈의 전설들
고교 졸업 후 스무살이 되던 제게 재즈(Jazz)라는 음악이 문득 찾아왔던 때가 기억납니다. 클래식을 비롯해서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들으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랑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아버지의 서재는 2,000여장의 LP와 CD로 도배되어 있죠) 지금도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지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우아하지만 다가기 어려운 음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피아노를 좋아하던 즐겨 치던 저는 Bill Evans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서 어렵기만한 재즈가 조금씩은 익숙해져 갔습니다. 재즈는 어렵긴하지만 매력적이고 알아갈 수록 재미가 깊어지는 음악이라는 걸 실감할 수있었죠. 요즘은 국내에도 재즈 보컬들이 적잖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나윤선, 말로,..
2011.03.31 -
[로빈후드] '비긴즈'라는 제목을 뒤에 붙였어야 했다.
대략 초등학교 2~3학년 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청춘스타였던 케빈 코스트너의 로빈훗은 어린 시절 제게 있어 '로망' 그 자체였습니다. 노팅엄의 악덕 영주와 부패한 관리들과 맞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의적'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랬기 때문에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라. 이 감독과 배우의 조합은 액션물 보다는 에픽한 전쟁물이 어울릴텐데...'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5년 주기로 출시된 대작 글레디에이터와 킹덤 오브 헤븐을 상기해보니 설마 로빈후드를 기존의 두 영화처럼 만들리 있을까 싶었지만, 리들리 스콧과 러셀 크로우는 로빈후드에 대한 제 추억을 과감하게 깨주었습니다. 로빈후드가 아니라 사실..
2010.05.26 -
[에반게리온 : 파] 진화를 위해 원작을 깨뜨렸다.
[본 글에 영화 감상을 방해할만한 스포일러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현 시점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 크기(가로 32m)을 가진 영등포 CGV Starium 상영관에서 하루 2회 제한 특별 상영을 가진 '에반게리온 :파(破)'를 놓칠 수가 없었다. 운좋게 좋은 자리에서 상영할 수 있었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큰 스크린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큰 스크린의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는 걸 권장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 역시 올 해 최고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주저않고 이 영화 '에반게리온 : 파(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난 에바 팬이 아니다. 어설프게 성서의 내용을 가지고 기분 나쁘게 짜집기 한 설정들이 주된 이유지만, 특유의 잔인함과 '자폐'에 가까..
2009.12.05 -
[솔로이스트] 음악영화를 기대하면 안된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어거스트 러쉬'나 '원스' 같은 음악 영화를 기대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100% 실망하리라고 확신한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리어드를 자퇴한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 맞지만 주인공은 그 비운의 천재를 취재하면서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고백하는 LA타임즈의 인기 저널리스트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Jr. 분)이고 그의 성장이 담긴 이야기다. 그는 이미 한 가정을 잘 이어가지 못한 채 이혼했으며 그저 도심에 반복되는 인생을 살아가며 무료함에 빠져있는 모습이 영화 내내 잘 나타난다. 자전거를 타다 딴생각에 빠져있다 넘어지는 초반부에 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베토벤 동상 앞에서 우연히 만난 노숙자 바이올리니스트 나다니엘(..
2009.11.26 -
[내 사랑 내 곁에] 평범한(?) 감동 휴먼스토리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김명민의 체중 감량 투혼은 기대보다는 큰 불안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 마케팅 용으로는 적절한 아이템이 될 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사실을 모른 채 영화에서 알게 되었다면 더 큰 감탄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까 생각해본다. 그렇다. 개인적인 소감을 밝히자면 그의 체중감량 투혼은 빛이 바랜 영화가 될 것 같다. 화재가 된 김명민보다는 여주연 하지원의 비중과 역할에 한 표를 던져주고 싶었다. '장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고찰과 함께 시체를 만지는 자신의 손에 대한 혐오감이 영화 속에 잘 녹아들고 있다. 물론 헌신 적인 그녀의 연기도 두 말 할 것 없겠지. 오프닝 크레딧에서 김명민보다 하지원의 이름이 먼저 나온 게 그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종우(김명민 분)와 지우(하지원 분)의 ..
200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