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의 M&A와 제휴, 합종연횡(合從連衡)

2007. 4. 25. 03:14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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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

    합종연횡 [合從連衡]
    때는 기원전 4세기의 중국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국시대 100년의 역사동안 7개국 중 강한 진나라를 두고 나머지 6국이 살아남기 위한 외교전이 치열해집니다. 이 시기에 가장 대표적인 외교 전략인 소진(蘇秦)의 합종책과, 장의(張儀)의 연횡책. 두 사람 모두 귀곡자(鬼谷子)의 문하생입니다. 이 때 처음에 합종책을 내세운 사람이 소진입니다. 종(從)은 즉, 남북의 6나라가 위아래로 동맹을 맺어서(합) 서쪽의 강대국 진을 견제하는 겁니다. 소진의 이 전략은 15년간 진나라를 묶어두는 데 성공하고 6국을 대표하는 재상 자리에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를 깨뜨린 사람이 바로 장의입니다. 장의는 각 나라마다 찾아가 15년간 강대국이 된 진나라와 1:1로 동맹을 맺는 것만이 살아남을 길이라고 동서(횡)로 진과 1:1 동맹을 맺는 것(연)을 유도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하게 되고, 결속이 무너진 6국은 결국 진나라의 통일로 500년의 기나긴 춘추전국시대를 마무리합니다.

    이 합종연횡의 외교 전략이 오늘날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데요, 바로 M&A를 통한 기업 간의 격화된 시장 경제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게임 기업 간의 M&A의 흐름을 간단한 사례 조사를 통해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게임계의 포식자 EA(Electronic Arts)를 통한 연횡 사례, 두 번째는 최근 4년간 일본 게임 업계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합종 사례입니다.


    ●게임계의 거대 포식자, Electronic Arts의 연횡 전략●

    게임에 관심이 없더라도 EA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만큼 EA는 1982년 창립 이래로 계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근래 연간 매출액은 30억달러의 규모에 순이익은 7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EA 전체 중에 1%의 규모에 미치지 않는 EA코리아가 연간 15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것을 보면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EA의 성공 비결은 발 빠른 판권 확보와 M&A의 전략에 있습니다.

    보통 게임 회사의 연혁을 살펴보면 출시한 게임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EA의 연혁]을 살펴보면 전부 판권 확보와 인수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A는 스포츠 게임 회사로 유명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FIFA 시리즈를 시작으로 하키, 풋볼, 농구, 야구에 이르기까지 수 없이 많은 스포츠 게임들을 만듭니다. 여기서 독점 라이센스를 얻어서 스포츠 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게 중요할 텐데, EA가 그 엄청난 재력으로 판권을 얻어냅니다. MLB, NBA, NHL, NFL 스포츠 리그의 게임들은 EA에서만 출시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게임이야 그냥 만들면 되지 않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의 선수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것과 그냥 가상의 팀을 만들어서 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이기 때문에 스포츠 게임 부분에서 EA의 라이센스 확보는 바로 수익 창출로 귀결됩니다. 게다가 EA는 스포츠 게임 뿐 아니라 만화, 영화 산업의 게임제작 판권까지 다방면으로 따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무섭기까지 할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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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A가 인수한 회사들. 하지만 이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EA의 두 번째 힘은 바로 M&A에 있습니다. 'Eat All'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EA의 M&A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인수한 업체들을 보면 전부 하나같이 유명한 게임 회사들이고(심시리즈의 Maxis, 배틀필드 시리즈의 다이스, 번아웃 시리즈의 크리테리온, 미국 모바일 게임의 대표 회사 JAMDAT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몇몇 엽체는 아예 그 이름이 사라지고 EA에 흡수되기까지 합니다.(울티마 시리즈의 오리진이나 C&C시리즈의 웨스트우드 등) 이렇게 기업들을 사들이면서 회사를 확장해 나간 것이 오늘날의 규모에 이르게 됩니다. 과도한 M&A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EA는 오늘 날 게임 시장에 연횡 적인 M&A 경영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EA의 모습을 곱게 보지 못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 많은 비난과 비판에 둘러쌓이기도 합니다. Ubisoft사의 사장 Alain Corre는 인터뷰를 통해 서슴없이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Ubisoft 지분의 20%를 보유중인 회사가 바로 EA라는 점인데요, 자사의 대주주에게 저래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

    작년 게임 업계 최고의 뉴스는 EA의 미씩(Mythc :: DAOC, 워해머온라인 개발) 인수 소식 이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3수 끝에 네오위즈를 퍼블리셔로 앞세워 피파 온라인을 성공시킨 데 이어, 네오위즈 지분의 20%를 사들인 것을 봐서 앞으로 온라인 시장을 향한 EA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 유행처럼 퍼진 게임회사 간 합종 전략●

    지난 2003년, 일본 게임 역사상 최고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본 RPG의 양대 산맥인 드래곤 퀘스트시리즈를 만든 에닉스사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만든 스퀘어사가 합병을 선언합니다. 게임 회사간에 합작 타이틀을 만들거나 자주 있던 일이지만, 인수가 아닌 '합병'은(그것도 메이저 회사들끼리) 일본 게임 시장에 전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합병을 통해 아시아의 에닉스, 글로벌에 스퀘어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새 회사이름을 스퀘어에닉스로 개명, 에닉스 1에 스퀘어 0.81의 비율로 합병했고 회장에는 에닉스 회장 후쿠시마 야스히로, 사장에는 스퀘어 사장 와다 요이치, 부사장엔 에닉스 사장인 혼다 케이지가 취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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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퀘어-에닉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드퀘8과 파판12.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 현실이 되었다.

    그 후로 스퀘어에닉스는 의도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되고, 버블버블과 각종 슈팅게임으로 유명한 타이토사를 인수하는 등 새로운 거대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열게 됩니다. 스퀘어-에닉스의 합병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이후 일본 게임 시장에 합병의 유행이 시작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세가사미홀딩스와 반다이남코홀딩스가 되겠습니다. 메이저 회사 간의 합병을 통한 파급효과는, 인수와는 또 다른 경영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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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게임 회사의 M&A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퀘어에닉스를 시작으로 게임 시장의 합병이 본격화됩니다. 그다음년도에 세가는 빠찡코 회사로 유명한 사미와 세가사미홀딩스라는 새 이름으로 합병을 선언합니다. 스퀘어-에닉스와 조금 성격이 다른 부분은, 세가가 사미의(지주회사)의 사업회사로 들어가고 향후 분야별로 재편하다는 경영 전략을 보인 점입니다. 어쨌든 이 합병으로 인해 세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수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두 회사 모두 하나의 이름 아래 새로운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에 엄연한 합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이어, 다음 년도에는 남코가 반다이와 합병을 선언하고 반다이남코홀딩스를 설립합니다. 일전에 세가와의 통합이 결렬된 만큼 신중한 선택이었다는 평인데요, 이 역시 위의 두 합병과는 성격이 다른 합병입니다. 스퀘어-에닉스는 반반의 비율로 회사를 통합했고, 세가는 사미를 지주회사로 두고 사업회사로 들어간 유형이라면, 반다이남코홀딩스는 각각 반다이와 남코를 지주회사로 두는 형태에서 시작해서 발전시키겠는 전략입니다. 두 회사는 각각 상장 주식을 폐지하고 자회사를 새로 상장시키며 인수가 아닌 합병인 만큼, 서로 존중하며 새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반다이남코홀딩스는 최근에 SCE(SonyComputerEntertainment)와 공동으로 세리우스(CELLIUS)라는 새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PS3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인데요, 이렇게 일본의 게임시장도 M&A의 형태의 복잡한 경영전략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렇게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게임 기업 간의 M&A와 제휴는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정착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다자화 되고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장점을 보완해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M&A는 앞으로 더욱 여러 유형으로 적용되고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발생하고 정착된 '제휴'의 형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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