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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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잔잔한 지브리의 감성을 이어간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지브리의 신작.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로운 후계자 후보생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감독으로는 첫 데뷔작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 역시 큰 관심거리였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게드 전기'로 깔끔하게 말아먹은 걸 생각하면 더더욱) 아직은 기획과 각본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 때가 묻어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야자키가 만든 지브리의 전통성을 계승한 것일까. 섬세한 작화부터 시작해서 애니메이션 전반적으로 미야자키식의 연출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스케일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리에티는 미야자키의 작품들보다 오히려..
2010.09.17 -
[인셉션] 꿈과 현실의 향연, 인셉션의 대상은 바로 '당신'
내가 어젯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 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었다. 깨고 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라 내가 아니던가? 그래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꿈에서 깨고보니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장자(莊子)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들려준 호접몽 이야기를 아시는 분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INCEPTION)'을 관람하면서 구분하기 힘든 꿈과 현실 속을 정신없이 오고 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2시간30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토리를 쫓아가는데 몰입하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
2010.07.31 -
[베스트 키드] 삶이 우릴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배우 성룡이 주는 의미 마약하지 마라, 도박하지 마라, 갱단의 유혹에 빠지지마라. 성룡이 아버지에게 받은 3가지 원칙은 그가 영화를 촬영하고 선택하는 철학에 큰 줄기가 되어줍니다. 누드, 욕설, 총격이 난무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지 않으며, 즐거우면서도 교훈이 되는 영화를 찍고 싶다던 그의 철학은 늘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성룡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것입니다. 그는 격투가 들어가는 폭력적인 영화를 찍으면서도 결코 폭력적이지 않은 영화를 늘 찍어왔습니다. 성룡의 영화는 대부분 즐겁고, 늘 희망을 주고, 선은 승리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으며, 파괴하기 위한 격투가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격투를 늘 표방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삶이 주는 교훈까지 더해주니 '영원한 형님'이라는 호칭이 무..
2010.06.20 -
[로빈후드] '비긴즈'라는 제목을 뒤에 붙였어야 했다.
대략 초등학교 2~3학년 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청춘스타였던 케빈 코스트너의 로빈훗은 어린 시절 제게 있어 '로망' 그 자체였습니다. 노팅엄의 악덕 영주와 부패한 관리들과 맞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의적'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랬기 때문에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라. 이 감독과 배우의 조합은 액션물 보다는 에픽한 전쟁물이 어울릴텐데...'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5년 주기로 출시된 대작 글레디에이터와 킹덤 오브 헤븐을 상기해보니 설마 로빈후드를 기존의 두 영화처럼 만들리 있을까 싶었지만, 리들리 스콧과 러셀 크로우는 로빈후드에 대한 제 추억을 과감하게 깨주었습니다. 로빈후드가 아니라 사실..
2010.05.26 -
꿈의 첫 내한 공연 '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콘서트 : 디스턴트 월드'
국내 파이널 판타지 팬이라면 누구나 꿈 꾸던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드디어 실현 되었습니다. 어릴적 제게 있어서 최고의 파판 시리즈인 파이널 판타지 6의 명장면으로 꼽는 오페라 Scene의 'Maria & Draco'나, 메인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티나의 테마곡 'Terra's Theme'를 통해 늘 마음 속에는 '언젠간 이 멋진 음악들을 직접 공연장에서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내한공연이 주는 의미는 제 개인적으로 각별했으며 이 공연을 관람한 많은 분들과 동일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 중에는 촬영금지기 때문에, 인터 미션 시간에 촬영한 공연장 사진 한장 밖에 없지만 이런 기념비적인 첫 내한공연에 대한 간단 소감을 남겨볼까 합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안좋은 ..
2010.02.07 -
[에반게리온 : 파] 진화를 위해 원작을 깨뜨렸다.
[본 글에 영화 감상을 방해할만한 스포일러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현 시점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 크기(가로 32m)을 가진 영등포 CGV Starium 상영관에서 하루 2회 제한 특별 상영을 가진 '에반게리온 :파(破)'를 놓칠 수가 없었다. 운좋게 좋은 자리에서 상영할 수 있었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큰 스크린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큰 스크린의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는 걸 권장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 역시 올 해 최고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주저않고 이 영화 '에반게리온 : 파(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난 에바 팬이 아니다. 어설프게 성서의 내용을 가지고 기분 나쁘게 짜집기 한 설정들이 주된 이유지만, 특유의 잔인함과 '자폐'에 가까..
2009.12.05